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오랜만에 떠오른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과 빅토르 초이 이야기.

초이와 그의 밴드 키노의 "여름이 끝날 것이다Кончится Лето", "변화Перемен"와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은 14년 소치 올림픽 때 개막식 선수입장곡이었다. 영상은 "혈액형"에 맞춰 입장하는 각국 선수단.



(위의 영상은 개막식 전체 영상인데, 블로그에 엠베드해 오니 재생이 안됩니다. 영상을 눌러 유튜브 페이지로 이동하면 1시간 37분 시점부터 재생됨)


이 때 쓰인 "혈액형" 리믹스곡은 이후 나온 기념음반에 "Sound of Now"라는 제목이 붙어 나오는데, 2014년 러시아의 '지금의 소리'가 하필 이 곡이라는 데는 정말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겠지만 성소수자 이슈로 논란이 정말 많았던 소치 올림픽이었고, 올림픽이 끝나자 바로 크림반도 위기가 시작된다.


밴드 키노의 드러머 구리야노프전에도 썼지만 80년대부터 오픈리 게이로 러시아에서 평생 생활하다 13년 러시아의 동성애 선전 금지법 통과 직후 병사했고, 빅토르 초이는 아프간 전쟁 징집을 피해 정신병동 입원을 선택한 병역거부자였다.

이 사람들이 부른 "대가를 치러야 할 승리는 원치 않는다. 누구의 가슴도 발로 짓밟고 싶지 않다"라는 가사의 곡이 과연 2014년 소치와 러시아의 '지금의 소리'였을까?


그리고 (위 영상의 1시간 42분쯤) "혈액형"이 끝나고 러시아 대표팀과 함께 흘러나오는 마지막 입장곡은 바로 만만찮은 위화감을 주는, 타투의 Not gonna get us...




덧붙여서...

1983년 빅토르 초이의 '병역거부'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소련에선 징병된 병사 중 '외모가 동양적이면' 아프간 전쟁으로 끌려갈 확률이 높다는 인식이 꽤 흔했고, 그것도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고. 아시아계 소수민족으로서의 주변적 삶을 느낄 수 있고, 빅토르 초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는, 인상깊은 일화이다.

이 일로 20대 초반이었던 그는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청소부 등의 일을 닥치는 대로 하다가 잘 알려진 대로 보일러공으로 취직하게 된다.



이 무렵의 초이와 이 일화를 전한 라시드 누그마노프.

출처: 초이의 전기 <Виктор Цой. Последний герой современного мифа> 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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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을 오늘 드디어 한국에서 보게 되었다. 대만 영화 하면 바로 사람들이 손꼽을 정도의 영화이고, 국내 평론가들도 많이 극찬했다고 알고 있지만, 막상 직접 보니 예상과는 다소 달랐다. 남주인공 샤오쓰와 여주인공 샤오밍의 관계와 파국을 보며 영화가 여성을 굉장히 수동적이고 대상화된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황스러웠다. 그 동안 호평한 사람들은 영화의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영화의 구성 자체는 좋은 부분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5-60년대에 서구 팝(특히 엘비스)이 타이완에서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나타내는 부분이 있어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서사를 읽을 때는 서사에 드러난 젠더 이슈 역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중국 여성주의 영화 매체인 她影(herinfilm)의 2016년 글을 일부 인용해 보려 한다. 글 원문은 여기에. (한편 이 글에서 대만 영화를 언급하며 '중국'을 계속 말하는 것은 중국 매체라는 특성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


[영화 속, 혐오의 대상이 되는 중국 소녀들]

흔히 알려져 있듯 [고령가...]는 중국의 청춘영화 중 확고한 입지를 지닌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지, 영화의 시대 배경이 얼마나 방대한지 등은 이 글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 글에서는 어떻게 본 영화가 남성중심적 이데올로기를 미화하는지에 주목한다.

(...) 이러한 샤오쓰가 가정 형편이 보잘것없고 생활이 곤궁한 샤오밍을 만났을 때, 그는 그녀를 구하고 싶어하고, 동시에 그녀의 몸을 통해 구원을 얻고 싶어한다. 한편으로 그의 마음대로 따라 주지 않는 샤오밍은 신비롭고 알 수 없는 '나쁜 여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샤오밍은 자기 자신의 인생을 가지고 있고, 자기 생각도 있는 존재이다.

마음 속의 분노와 불화를 위로하기 위해 샤오쓰가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한 주체로서 샤오밍이 한 선택의 정당성과 가능성을 파괴하는 것, 바로 그녀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양 감독은 샤오쓰가 샤오밍을 살해하는 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평을 남겼다. "샤오밍은 자기 스스로를 죽이는 살인범이기도 하죠." 이 말을 번역해 보자면 이렇다. "소년에게는 영웅적인 꿈이 있었으나 말을 듣지 않는 여성이 꿈을 깨 버린 것이다. 이 여성의 죽음은 자기가 자초한 것이다."

중국 소녀는 아마 언제까지나 중국 청춘영화의 타자인 것 같다. 신비롭고 알 수 없는 집단, 순진한 척 하면서 여우같고, 근시안적이고, 게다가 뻔뻔하고, '정의롭고 용감하며 이상을 지닌' 남자아이를 지옥으로 이끌고 가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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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잠정적으로 정해 둔 기한은

15일(내일): 1차 기한 - 2장 전송

18일: 2차 기한 - 3장 및 결론 완성

28일: 최종 전송

특히 18일까지 다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

이제 다른 할 일도 다 처리했고 논문만 남았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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