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만남: 공무원 선발 제도


대만의 현행 공무원 선발제와 그 문제점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한 현지 매체의 보도인데, 번역해서 올려둡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경우도 소개되고, 저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것이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한국에서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만, 대만에도 부패나 불평등 방지를 위해 '통일된 시험'이란 형식적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는 관념이 매우 강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한국의 행정고시 시스템이 폐지되려다가 반대에 부딪혀서 유지된 것, 그리고 사법고시 존치 여론이 존재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겁니다.

대만의 행정이나 국가 시스템에 관한 전문 용어에 있어서 혹시라도 번역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양해 및 지적 부탁드립니다.

기사 원문입니다. https://www.twreporter.org/a/civil-servants-examination


예를 들어 당신이 싱글이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짝을 찾으려 하고 배우자가 어땠으면 하는 조건이 있다. 따뜻하며 자상하고, 어깨도 넓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바퀴벌레도 잘 잡아야 하고... 하지만 이 모든 것에 당신은 선택권이 없는데, 국가가 '필기 시험 및 분배제'라 불리는 '공평'한 중매 제도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개인의 안목은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 있고 조작 사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고시원(考試院; 국가시험을 총괄하는 중화민국의 정부 기구)이 통일적으로 '필기 시험'을 통해 짝을 찾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개가 되어주는 제도이다. 따라서 응시자는 자신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고군분투해서 시험을 보게 된다. 어차피 시험 성적이 좋을수록 선택의 기회도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또한 당신 역시 마찬가지로 국가가 당신에게 배정해 주는 배우자가 기대치에서 너무 멀지 않기를, 당신의 본모습을 보고 도망치지나 않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우리 나라의 공무원 시험 제도는 바로 이와 같이 '공정성'을 중요시하고 있고, 모든 응시자와 공공 기관은 이러한 시험 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 첫번째로, 필기 시험만 있고 면접이 없다. 마치 눈을 가리고 사람을 뽑아 쓰는 식이다. 그 다음으로 '분배 제도'가 채용됨으로써 합격자는 중앙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또 채용기관과 응시자의 부합성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치된다.


대만의 공직 시험의 8-90%가 필기 시험만으로 인력을 채용한다. 필기 시험을 통과한 이는 지망 순위를 제출할 수 있고, 시험 점수에 따라 각 부처에 '배치'된다. 이와 같은 제도 아래서 채용 기관은 채용 과정에 참여할 수가 없으며, 시험을 통과한 이는 종종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맡게 된다. 이러한 '더블 블라인드' 시스템 속에서 불화가 발생하는 일 또한 많다.


공무원은 '필기 시험'만 잘 보면 될까?


"대만이 특이한 점은 스스로가 특이하다는 점을 모르는 데 있습니다." 대만정치대학(台灣政治大學) 공공행정학과 교수 쑤웨이예(蘇偉業)는 대만에서 다년간 교편을 잡은 홍콩인이다. 그가 보는 대만 공공부문의 인사제도는 보면 볼수록 희한하다.


"대만 공무원은 고등고시(高考) 3급 이하로는 면접이 없는데요, 세계 각국을 보면 면접을 안 보는 곳이 극소수죠. 면접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어요. 책벌레이기만 한지 아닌지를 골라내거나, 기본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지 보거나 하는 등이요." 쑤 교수의 말이다.


각국의 시험 선발 제도, 모두 면접을 실시합니다

시험 선발 제도는 가장 적합한 인재를 골라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도구이다. 어떤 선발 제도라도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고, 응시자에 관한 자료를 충분히 모은 다음 해당 지원자가 국가기관에 필요한 특성을 갖추었는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만의 공직 시험에서는 고등고시(高考) 1, 2급에서만 매우 형식적인 면접을 보며, 기타 시험은 모두 필기시험만 실시한다. 필기시험을 너무 강조한 결과 응시자의 특성을 전면적으로 평가할 수 없어지고, 때로는 '사람을 잘못 뽑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 연방정부 실적주의제도 보호 위원회(U.S. Merit Systems Protection Board)의 연구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는 채용 방식 중 '업무 경험'과 '면접'을 가장 정확한 인재 선발 방식으로 보고 있으며, '필기 시험'과 '대학 순위'는 순위에서 9위와 10위를 차지하여 상대적으로 지원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면접의 '효율(인재의 우수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에 각국에서는 갈수록 면접 시간을 늘리고 있다. 펑진펑(彭錦鵬)의 〈세계 각국의 경험을 통해 대만 공무원 선발 과정 및 방법 개혁을 검토하다-단계식 시험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공직 시험의 과정을 3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에서는 객관식 문항을 통해 간편하게 선별 작업을 실시한다. 2단계에서는 논술형 시험이 진행된다. 3단계는 면접이다. 한국은 2003년 면접 시험을 도입한 이후 계속 면접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데, 원래는 한 사람 당 7-10분이었던 면접 시간이 지금은 50분까지 증가했고, 5분간의 개인 프리젠테이션도 실시된다.



주1: 영국 일반 공무원에 비해 고속진출 임용제도의 합격자들은 리더쉽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고속진출 임용제에 사용되는 '평가 센터 시험' (assessment center method)는 효율이 가장 좋은 선발 방식이다. 이러한 선발 방식에서는 전문 지식에 중점이 있는 것이 아니며, 여러 전문가가 각종 훈련 활동과 공통 관찰을 통해 응시자가 리더쉽, 의사소통 능력, 협조 능력이 있는지 판단한다.

주2: 우리 나라의 고등고시(高考)는 3급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학을 졸업하면 3급에 응시할 수 있고, 석사 졸업 후에는 2급에, 박사 졸업 후에는 1급에 응시할 수 있다.


필기 시험으로만 공무원을 뽑는 것은 국제적 추세에 뒤떨어지는 일일 뿐 아니라, 선발된 인원에 대해서도 전문 지식에 대한 수준은 보장할 수 있지만 그들이 업무 태도, 의사소통 및 협조 등 공무원의 가장 중요한 핵심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판단할 방법이 없다.


전 선발부장 동바오청(董保城)은 이런 아랫사람을 뒀던 경험이 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근무하러 오지 않은 것이다. "제가 그 사람을 인사부에 보냈는데 1주일이 지나니까 출근을 갑자기 계속 안 하는 거예요. 집에 전화를 해 보니 그 어머니가 아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출근을 못 하고 있다며 게다가 '아들 근무를 제가 좀 가서 도와도 될까요?'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그 남자한테 욕을 엄청나게 퍼부었죠. 어머니를 그렇게 고생시키다니, 대만대학교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동바오청은 지금까지도 그 이야기를 하면서 화를 낸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시험은 잘 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 이 사람을 골라내더라도 다음 번에 또 같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중화민국 정부는 눈을 감고 사람을 뽑습니다." 동바오청은 인터뷰 도중 두껍고 무거운 붉은 법률서 한 권을 꺼내서는 힘을 주어 《공무인원고시법(公務人員考試法)》 제10조를 가리킨다. [공무인원 시험은 필기 시험, 면접, 심리 측정, 체육 능력 측정, 현장 체험, 저작물 및 발명품 심사, 지능 측정, 학력 및 경력 증명 또는 기타 방식으로 행한다. 필기 시험만을 단독으로 응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2종 이상의 방식을 반드시 채용하여야 한다...]


필기시험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일부분만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는 다양한 선발 방식을 결합하여 적절한 인재를 뽑고 있다. 예를 들어 구체적인 기능에 대한 숙련도를 측정하려면 현장 체험이 필기시험에 비해 더 효과적인 선발 방식일 것이다. 지식을 아는지, 또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는지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필기시험이 비교적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심리적 특성이나 가치관에 대해 이해하려면 심리 측정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테스트 방식은 모두 법률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큰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면접은 공정합니까?" "뒷거래를 해서 들어가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없는지?" "분명 조작이 있을 거예요!" "그러면 뒷배경이 좋은 사람들만 득을 보겠죠!" '청탁 문화'가 근절되지 않은 이상 대중은 차라리 형식상의 공평함만 있는 제도를 받아들이려 한다.


물론 단일 방식의 시험이 완벽할 수는 없다. 면접에도 각종 편향성이 존재할 수 있다. 면접관이 끝도 없이 말을 해서 응시자가 말을 꺼내지 못할 수도 있고, 외모와 직무 사이에 아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외모가 더 나은 응시자가 인상 부분의 점수를 더 잘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이 때문에 만약 공직 시험에서 면접이 실시된다면 이와 같은 편향성을 피하기 위해 면접관은 반드시 엄격한 훈련을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면접 질문과 평가 방법도 모두 표준화하여 대중이 평가 기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이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행정원 인사행정총처(總處)인사장 스넝지에(施能傑) 역시 정치대학 공공행정학과 교수이다. 그는 이전에 발표한 〈공무인원 선발 제도의 평가〉에서 2단계식의 시험 방식을 제안했는데, 어쩌면 이를 통해 '공정성/공개성' 그리고 '정확한 인사 선발' 간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스넝지에의 견해에 따르면 면접시험과 필기시험 평가를 합산해서는 안되는데, 두 시험에서 관찰하는 특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필기시험 방식으로 응시자를 한번 걸러내야 하고, 소수의 인재를 남겨둔 상황에서 면접 시험을 실시해 면접위원이 면접을 거쳐 최후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필기시험을 통해 이미 응시자의 기본적인 지적 능력이 증명되기 때문에 제2단계에서 면접만을 실시해 합격자를 뽑더라도 공정성 및 공개성을 위반할 가능성이 비교적 적어진다.


복권 당첨 같은 분배


사기업이 각종 인재 채용 방식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끌어 오는 지금, 대만 공공 기관(公家單位)은 '분배 제도(分發制度)'에 아직 막혀 있다.


공공 기관에서 사람이 부족하면 반드시 중앙인사주관기관에 보고를 하고 1년에 한 번 있는 고등고시 및 보통고시를 기다려야 한다. 그 후 몇 달을 더 기다리면 중앙에서 합격자를 각 단위에 분배해 주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게다가 고용 기관이 선발 과정에 참여할 방법이 없다.


쑤웨이예와 리스후이(黎世輝)의 글 〈왜 신임 공무원 직위 배치에 「분배」제를 사용하는가〉에 따르면, 대만과 같은 대규모의 인재 분배 제도는 전세계에서 찾기 힘든 것으로, 그 근원은 고대의 과거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중화민국은 건립 초기에 국가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고용 기관에 가진 불신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초연하고 공평한' 제도를 택했다. 그러나 이는 고용 기관의 수요를 무시하는 제도이기도 했다.



자료 출처: 스넝지에의 〈공무인원 선발 제도의 평가〉 첨부 자료를 참고했으며, 또한 銓敘部(Ministry of Civil Service)가 편집 출판한 인사 통계 연보에 있는 「전국 공무인원 인사이동 현황」에 근거해 갱신했다.


공무원 분배 제도는 대학 연합고사(聯考)와 매우 비슷한데, 합격자가 지망 순위를 적어 내고, 시험 점수에 따라 배정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행정』 직렬에 합격했다고 해 봅시다. 전국에 TO가 몇 개 있는데 어떤 자리는 타이페이에, 어떤 자리는 화롄(花蓮)과 핑동(屏東)에 있겠죠. 자, 1등을 했다, 그러면 어딜 가고 싶든 다 갈 수 있겠죠. 하지만 턱걸이로 붙었으면 당신이 타이페이 사람이더라도, 미안하지만, 핑동으로 가 주세요! 이렇게 되는 거예요." 쑤웨이예는 이렇게 설명한다.


정부 규정으로 인해 신임 공무원은 재분배를 받으려면 3년을 반드시 기다려야 한다. 적지 않은 이들이 파견된 조직에 대해 '진짜 애착'이 없기 때문에 3년이 지나면 바로 직장을 옮겨버리곤 한다. 이 역시 공무원이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쑤웨이예는 이런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핑동 어느 부서의 팀장(主管)이 처음으로 온 공무원에게 "당신도 얼마 안 있어서 다른 곳 갈 생각이죠?"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결합을 강요당하는 관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고용 기관부터가 잘 알고 있다.


우리 나라가 채용하는 '중앙 집권', 통일된 시험, 분배 제도 등의 '시험과 고용의 합일 제도' (시험에 붙으면 바로 파견되어 임용되는 것을 말함)와 다르게, 적지 않은 국가가 고용기관에 권한을 주어 각자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 및 미국의 중앙 인사 주관 기관에서는 큰 방향을 제시하면, 고용 기관은 공평함과 공개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각 기관이 원하는 인력을 선택할 수 있다. 일본은 통일된 시험을 보기는 하지만 분배제가 아니며, 채용 기관이 각자 시험 합격자 가운데에서 인재를 뽑아가는 방식이다.


중국의 상황 역시 이러하다. 쑤웨이예의 중국 학생이 중국에 돌아가서 경찰 직위에 지원했을 때, 신청하면서 이미 자신이 어디에서 일하게 될지 알 수 있었다. 시험의 내용 역시 해당 TO의 직위에 맞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직위제」(Position-based)이다.


만약 고용기관이 스스로 인재를 모집한다면 응시자 역시 해당 직위에 대해 신청할 수 있고, 이런 방식이 응시자와 고용기관 사이의 밀접성을 보장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고용기관 역시 이런 선발 과정에서 해당 부처, 해당 지구, 해당 직위에 관련된 시험 내용을 추가하여 응시자의 전문성과 포부를 알아볼 수 있다.


"만약에 타이난(台南) 시청에서 독자적으로 사람을 뽑으면 타이난 현지 문화에 대한 문제를 낼 수도 있죠. 하지만 현재는 통일된 시험을 보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한정된 문제는 낼 수 없습니다. 합격자가 타이동(台東), 가오슝(高雄)으로 배치되어서 가면 처음에 민간인들을 상대하면서 민간인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자주 일어납니다! 전부 다 뭐든지 공평하게, 공평하게, 공평하게 할려고만 하다 보니 희생된 사람이 정말 많아요!" 전 선발부장 동바오청의 말이다.

('못 알아듣는다'는 것은 언어소통 문제 이야기인데, 북경 표준어, 민남어, 객가어 등 대만에서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기 때문임)


청탁 문화가 사라지지 않으면 선발 제도도 바뀌기 어렵다


시험 제도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대만의 청탁 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대만인이 공직을 '권리'로 여기는 사고방식이다.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원로 공무원 메이바오(가명) 씨는 공직 시험에서 면접을 도입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면접이라고 하면 바로 윗사람이랑 어떤 관계에 있는지, 누구누구 아들딸인지 보는 거잖아요! 뭐 어쨌든 제도라는 건 다 가짜지만요!" 메이바오 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녀의 시아버지는 이전에 40만원(대만 화폐 단위)을 들여 그녀의 남편에게 공직을 돈으로 사 준 적이 있었다. 메이바오 씨가 면접의 공정성을 믿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년간의 공직 경험이 있는 원줘(가명) 씨도 공무원 선발 제도에 면접을 추가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었다. "필기 시험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공평하긴 하죠. 이 사람의 가정 배경이 어떤지를 고려하지 않으니까 계급 이동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만약 추천 선발제(推甄) 같은 거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자기소개서도 더 잘 써내고, 아버지가 회사 사장이면 세계 일주 같은 걸 해볼 기회도 있다거나, 그러면 써내는 자소서가 다르겠죠."


많은 대만인들에게 있어 공직은 일반 직업보다 더 깊고 다양한 의미를 가진 직업이다. 공직은 안정적인 철밥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 실업률도 책임져야 하고, 사회 유동성도 촉진시켜야 하고... 동시에 고려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공직 사회-30만 명의 직원을 가진 거대 기업-는 이 때문에도 사기업처럼 과단력 있게 적당한 인재를 얻어내기가 어렵다.


《햇병아리 공직자 날다(公門菜鳥飛)》책의 저자 위카이(필명) 씨는 6년을 일하면서도 동료나 상사가 선발 제도에 대해 불평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다들 이 방식이 가장 공평하고 가장 간단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잃게 되는 건 유연성과 효율이죠. 이러한 선발 및 분배 제도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어요. 정부의 인재 선발 부서가 너무 편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고, 인적 자원 관리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거죠." 위카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선발 제도의 바뀌기 어려운 점은 '공정성이라는 신화'에 갇혀 있지만 말고 우리 나라의 《헌법》을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 헌법 18조에 있는 『인민은 시험에 응시하여 공직에 복무할 권리가 있다(人民有應考試服公職之權)』라는 조항은 엉터리 조항이에요. 이 조항에 따르면 시험에 응시하고 공직에 복무하는 것이 일종의 인권인 건데, 굉장히 ridiculous하죠." 쑤웨이예는 사람들이 가진 공직에 대한 태도에 도전장을 내민다. "공직 복무에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인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지 개인의 인권이 아니에요. 지금 우리 시험 응시생들은 공직 시험을 보는 것을 일종의 인권으로 여기고 있어요. 홍콩에서는 TO가 없을 때는 시험을 안 봅니다. 하지만 만약 대만에서 인사를 동결하고 공직 시험을 안 보면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 걸요."


정부라는 이 대형 기업은 사람들의 관념과 제도의 한계 때문에 일손이 부족할 때에도 제때 보충을 하지 못하고, 인사를 동결해야 할 때도 공무원 시험을 일시 중지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고용 기관은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지 못하고, 인재들 역시 항상 적합한 직위에 배정받는 것은 아니다.


전직 국회의원 궈덩아오(郭登敖)는 "선발 기관에선 쓸 만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 일단 선발해 놓고 그 다음에 그게 누가 되었든 쓰는 게 되어선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인재 선발 제도와 고용 기관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공평성'을 위해 인재를 뽑고 정부가 적극적인 인재 선발 목표를 잃어버려서야 정말로 포부가 있고 많은 공공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재를 뽑을 수 없는 것이다. 형식상의 공평성에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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