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엄청나게 높은 지금, 다른 나라의 공무원 제도는 어떤지 알아봅시다. 대만 매체가 자국 공무원 제도를 비판하는 기사인데 번역해서 가져와 봤습니다. 공직에서 쓰이는 전문용어를 부정확하게 번역했을 수 있는데, 원어도 함께 인용해 놓았으니 양해 및 참고 부탁드립니다. 보시다시피 한국과 겹치는 이야기도 많고 맥락이 좀 다른 이야기도 있고, 되게 흥미롭죠.

원문은 https://www.twreporter.org/a/civil-servants-sum

대만의 공복(公僕)을 범재로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위카이(필명) 씨는 6년간 공무원 일을 했다. 평소 미적지근한 성격이던 그는 올해 5월 매우 '공무원답지 않은' 일을 했는데, 린취안 행정원장(한국의 국무총리에 해당)에게 [린취안 행정원장에게 드리는 편지-공무원도 꿈을 실현하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쓴 것이다. 그는 기층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검토(研考), 회계, 인사 제도 부분을 각각 나누어서 체제 내에서 공무원에게 운신의 자유가 없다는 점을 밝힌다.


이 진정서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공감했지만 한편으로는 '젊으니까 좋네, 역시 꿈이 있는 게 좋은 거야'라며 위카이 씨를 비꼬는 사람도 있었다. 이 일은 점차 잊혀진 일이 될 줄 알았으나 올해 7월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 만한 소식이 전해졌는데, 행정원이 위카이 씨의 진정서를 받아들여 기존의 관리 및 심사(管考) 항목을 간소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퇴직을 곧 앞둔 공무원 메이바오(가명) 씨는 직장 동료와 시청 옥상에서 작은 농장 및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들은 채소 외에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복숭아와 토마토를 재배하고, 심지어 과일이 열리면 그 위에 과일봉지를 씌우기도 했다.


메이바오 씨는 위카이 씨가 《햇병아리 공직자 날다(公門菜鳥飛)》 책을 서술한 것을 듣고 예전 젊을 때 이상에 가득 차 있었던 자신을 떠올렸다. 민간의 청탁을 거절하고, 상사 앞에서도 책상을 내리치며 자기 의견을 말하고... 그 후 상사는 그녀가 따지고 드는 것을 싫어해서 수 차례 그녀를 부서이동시키며 멀리했다. 직장에서는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메이바오 씨는 기죽지 않았다. "괜찮아요! 요즘은 매일 사무실 에어컨 송풍구를 조절하고 있어요..."


공무원 시험에 막 합격한 많은 이들은 위카이 씨처럼 열정에 가득차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사회를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그 중 다수가 낙담하고 메이바오 씨처럼 된다. 30만 명의 우수한 인재가 있음에도 엉터리 제도와 문화 때문에 인재가 범재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2010년, 관종(關中)은 고시원장(考試院長)으로 재직하면서 대규모의 공무원 제도 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특히 그는 공무원 성과제에 힘을 쏟아 공무원의 '철밥통' 문화를 타파하려 노력했다. 근무 성적 심사 및 성과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무원 간 선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을 흐리는 사람을 쫓아내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도 상을 주지 않는 것이다.


관종은 30년 전에 OECD 국가에서는 이미 새로운 정부를 위한 개혁운동을 실시했음을 언급한다. 세계적인 추세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더 정부가 더 탄력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제도에서 점차 '종신직'이라는 사고를 걷어내고 공무원 사이에서도 근무 성적 심사, 훈련,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시 관중이 추진했던 개혁은 대만 공무원들의 '성과제 반대'에 부딪혀 아직 실행되지 못했다. 대만 공무원들의 성과제 반대 분위기는 몇 가지 환경 아래에서 조성된 것인데, 예를 들면:



1.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더블 블라인드 시험 제도. 필기시험만 있고 면접이 없다.

대만은 공평성을 위해 필기시험만 봄으로써, 시험 제도를 탄력있게 운영하고 지원자의 특성을 전면적으로 알아볼 기회를 포기했다. 신임 공무원 '분배 제도'로 인해 사람이 직위에 대해 '진짜 애착'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시험에 붙은 후 계속해서 보직을 바꾸는 가운데 전문 경험을 쌓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전문 보기: 엉터리 만남: 공무원 선발 제도 한국어 번역)



2. 75%가 '갑(甲)' 등급을 받는 업무 성과 평가제. 우수 인재가 돋보일 기회가 없다.

원래 공무원에게 자극을 주려 했던 업무 성과 평가제가, 서로간의 봐주기로 인해 서로 돌아가면서 을(乙) 등급 평가를 받아주는 식이 되어버렸고, 업무 성과 평가제와 실제 업무능력 간의 관계가 없어졌다.

(전문 보기: 75%公務員的考績都是一樣優秀的甲等,你相信嗎? 기사 원문)



3. 범죄성립요건이 불명확한 《영리업무 금지(圖利罪)》로 인해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일을 할 수 없다.

'주민 편의 도모'와 '이익 추구'간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독일에서는 '뇌물 수수', '직무 위반' 등의 행위 및 사실이 명백할 때에야 위법성이 성립된다. 그러나 대만 공무원의 경우 '행정 착오'만으로도 영리업무 위반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이는 공무원이 규정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 이외에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


(전문 보기: 興利之不可能—全球最容易陷入「犯法」疑慮的台灣公務人員 기사 원문)



이미 오랫동안 시행된 대만의 공무원 제도 아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상한 일을 겪어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곤 한다. 그러나 전세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홍콩의 경우를 참고하면(2016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홍콩이 1위를 차지함) 대만의 제도에서 무엇이 이상한지 알 수 있다.


(전문 보기: 台灣跟香港差在那?為何香港政府被公認比台灣有效能? 기사 원문)



"대만 공무원들 다수가 학교에서 전문적인 공부를 한 우수한 인재로 구성되는데, 이러한 전문성을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아래로부터 위로 전달되는 피드백 체계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 역시 중요합니다." 한 명의 공복(公僕)으로서 위카이 씨가 자신에게 부여한 현재의 임무는 바로 사회 각계에 공무원 문화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공무원의 전문성과 열정을 이어나가고, 나아가 공무원이 국가 발전의 큰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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