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지도부와 하이디스 조합원 10여 명은 대만정부와 하이디스 모기업 영풍위그룹에 문제해결을 요구하기 위한 원정투쟁단을 조직해 대만으로 떠났다.


대만발 다국적 기업인 영풍위그룹(永豐餘集團)이 한국 회사 HYDIS를 인수한 다음, 내부 기술만 빼먹고 회사를 닫아버리기로 한, '해외자본 먹튀 사건'이다. 이에 하이디스 노조 측은 국내에서 항의를 하다가 안돼서 올해 초부터는 대만까지 몇 번씩 와서 영풍위그룹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오히려 대만에서는 '한국인들이 대만 기업에 항의를 한다'는 점이 화제가 되어 보도가 더 되고,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건 같다.



[민중의소리] '먹튀' 하이디스 방치한 정부, 대만 투쟁 떠난 노동자들도 외면 

[매일노동뉴스] 중국, 대만자본 '기술 먹튀' 하이디스 '제2의 쌍용차' 현실로 


이 사건을 보도한 대만 공중파 방송도 있으니 참고를.



오늘은 대만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이 사건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소규모 강연/좌담회가 열렸는데, 나 역시도 잘 몰랐던 사건이기에 사건의 전말을 더 잘 알 수 있었고, 현지인들의 반응도 조금 들을 수 있었다.

"누가 노동자의 다국적 연대를 두려워하는가?"라는 뭔가 들어본 듯한 제목이었음.




"HYDIS 노동자는 누구인가?" --- 노조의 체계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는데 나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 잘 들었음.

주최한 사람들은 노동운동/학생운동에 참여하고 이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대만 항의시위에도 참가했던 사람들 같은데 어떤 배경이 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맥주를 마셨다. (......)




영풍위 불매운동 스티커도 나눠주었다. 누가 만든 것인지 모르지만... 영풍위그룹은 말하자면 누구나 아는 재벌이기 때문에, 은행부터 호텔, 생활용품, 공연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투쟁하다가 지쳐 최근 자살한 배재형 전 지회장을 애도하는, "영풍그룹은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말라!"라는 내용이다. 




이번 좌담회와 위에 링크를 건 방송 영상을 보면서 상당히 놀랐는데, 해당 영풍그룹의 대만 내 노조에서도 이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고, 많은 대만 학생과 일반인들이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시위에도 함께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함께 연대해 주고 있다. 바로 위의 유인물만 봐도 이 내용을 누가 번역해 준 것일까? 위의 불매운동 스티커는 누가 만든 것이며...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잘 모르는 일이지만, 다국적 기업의 횡포 vs. 피해를 입은 외국인 노동자라는 구도로 접근하여 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되어서 감동적인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상당히 호의적이지 않은데, 항의하는 한국 노동자들을 진압한 뒤 강제출국시켰고, 심지어 이제 당시에 입국해서 항의했던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입국을 막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지속될지(당사자들이 없으면...) 좀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투쟁을 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한국에서는 하이디스 사건이 대중적으로 논의가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좌담회 중에 재미있었던 점은, 이 항의 당사자들이 애초에 퇴직금을 받고 조용히 물러날 기회가 있었는데도 거부하고 항의투쟁을 택한 데 대하여, 관중 중 한 사람이 이 일을 되게 신기해했다. 한국은 노동운동이 조직이 잘 되어있는 것일까요? 라고 물었던... 여기에 답을 하려면 한국과 대만의 다른 비슷한 부당해고 건을 살펴봐야 할 텐데, 사실 나는 노동운동의 구체적인 양상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


아직 몇 가지 알고 싶은 점도 있는데...

1. 이 기술먹튀 사건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한국의 기술이 유출되었으니 한국이 피해를 입었다고도 볼 수 있는 사건일 수도 있는데, 한국 정부는 왜 대응이 없는지?

이잉크(영풍위의 자회사)는 지난해 840억 순익을 기록하고도 올해 1월 경영난을 이유로 한국 하이디스 공작 직원 대부분을 정리해고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배재형 전 하이디스 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도록 한국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 이제 이 항의자들이 대만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입국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투쟁은 어떻게 전개될 계획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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