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한국 노동자들을 지지해야 하는가"


2015년 7월 14일

장리펀(張麗芬) 중화통신 노동조합 비서장, Hydis 노동자 대만연대전선 구성원



대만의 많은 피고용자들의 경우, 공장의 무단 폐쇄나 고용주의 악의적인 해고를 맞닥뜨려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불운을 한탄하며 다시 일자리를 찾거나, 금전적 보상이나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면 그나마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뿐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피고용자에게는 고용주에 맞서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2008년, 영풍위(永豐餘) 그룹 산하의 원태과기공사(元太科技公司)가, 한국에서 E-ink라는 광각 액정 모니터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를 매입하고 노사합의를 체결했다. 그런데, 올해 3월 31일 한국 노동조합의 항의와 반대 속에서 원태과기공사는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한국금속노조 하이디스 지회 회원 109명(79명의 해고직원과 30명의 설비부문 노동자)은 회사의 공장폐쇄와 해고 결정이 한국 노동법과 노사협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 경영자 집단은 대만 모회사(영풍위)의 책임을 물으려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 노동부는 제재 요청과 소송 방안을 제안했고, 지속적으로 대만에 사람을 파견하여 영풍위 고용자 집단과 협상을 진행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 몇 달 간, 공장이 계속 운영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고 공장에서 계속 일하기만을 바라며 이직금 수령도 거부하던 이 노동자들은 영풍위 고위층 집단과 만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정경유착 속에서 강제로 한국에 송환되는 일까지 겪어야 했다. 또한 심지어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버림으로써 의지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대다수 (대만) 국민들은 이 일에 대해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20여년의 소송을 거친 끝에 마침내 승소를 얻어낸 'RCA 사건'을 통해 볼 때, 다국적 자본의 '먹튀' 행태에 피해를 입는 쪽은 분명 노동자들이다. 다국적 자본의 피해가 국경을 넘어 존재하는 만큼, 그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도 국경을 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영풍위는 기업 손실을 이유로 들어 공장 폐쇄를 감행했지만 사실상 E-ink의 특허권은 2024년까지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영풍위의 태도로 볼 때 그들이 미래에 영풍위 그룹에 소속된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은 태도로 해고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 속에서 피고용자란 다 쓰면 버리는 휴지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휴지는 버리면 새로 살 수 있지만 노동자가 휴지처럼 버려진다면 그 영향을 받는 것은 수십에서 수백 가정의 생계이다. 심지어 RCA 사건에서는 귀중한 생명을 대가로 치르기까지 했다.


대만 연대 동지들의 지원 속에서 이 한국 노동자들은 며칠 전 해고 100일차를 맞았다. 그들은 이렇게 투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대만인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 일은 마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대만인들이 일본에 보낸 원조를 일본인들이 잊지 못하고 감사를 표했던 것을 생각나게 한다.


한국 노동자들이 바다를 건너 와 영풍위의 허쇼우추안(何壽川) 회장과 직접 대면하려는 요구는 어떻게 보면 간단하고 보잘것없는 요구일지 모르지만, 그런데도 수차례 냉대를 받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싸워야 할 지 알 수 없다. 만약 미래에 대만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주고 있거나 간판을 들고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이 근로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


단결이라는 이 2글자의 단어는 말하기에는 쉽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종종 매우 어렵다. 이 한국 하이디스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지지를 보내어 단결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노동자의 단결에는 국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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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고100일 문화제에서 느낀 바로는, 글쓴이 장리펀은 줄곧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대만 투쟁에 적극적인 연대를 보내고 현장 투쟁에도 계속 함께해 주어 한국에서 온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신뢰와 감사를 받는 인물이다.


원문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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