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을 오늘 드디어 한국에서 보게 되었다. 대만 영화 하면 바로 사람들이 손꼽을 정도의 영화이고, 국내 평론가들도 많이 극찬했다고 알고 있지만, 막상 직접 보니 예상과는 다소 달랐다. 남주인공 샤오쓰와 여주인공 샤오밍의 관계와 파국을 보며 영화가 여성을 굉장히 수동적이고 대상화된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황스러웠다. 그 동안 호평한 사람들은 영화의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영화의 구성 자체는 좋은 부분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5-60년대에 서구 팝(특히 엘비스)이 타이완에서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나타내는 부분이 있어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서사를 읽을 때는 서사에 드러난 젠더 이슈 역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중국 여성주의 영화 매체인 她影(herinfilm)의 2016년 글을 일부 인용해 보려 한다. 글 원문은 여기에. (한편 이 글에서 대만 영화를 언급하며 '중국'을 계속 말하는 것은 중국 매체라는 특성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


[영화 속, 혐오의 대상이 되는 중국 소녀들]

흔히 알려져 있듯 [고령가...]는 중국의 청춘영화 중 확고한 입지를 지닌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지, 영화의 시대 배경이 얼마나 방대한지 등은 이 글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 글에서는 어떻게 본 영화가 남성중심적 이데올로기를 미화하는지에 주목한다.

(...) 이러한 샤오쓰가 가정 형편이 보잘것없고 생활이 곤궁한 샤오밍을 만났을 때, 그는 그녀를 구하고 싶어하고, 동시에 그녀의 몸을 통해 구원을 얻고 싶어한다. 한편으로 그의 마음대로 따라 주지 않는 샤오밍은 신비롭고 알 수 없는 '나쁜 여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샤오밍은 자기 자신의 인생을 가지고 있고, 자기 생각도 있는 존재이다.

마음 속의 분노와 불화를 위로하기 위해 샤오쓰가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한 주체로서 샤오밍이 한 선택의 정당성과 가능성을 파괴하는 것, 바로 그녀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양 감독은 샤오쓰가 샤오밍을 살해하는 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평을 남겼다. "샤오밍은 자기 스스로를 죽이는 살인범이기도 하죠." 이 말을 번역해 보자면 이렇다. "소년에게는 영웅적인 꿈이 있었으나 말을 듣지 않는 여성이 꿈을 깨 버린 것이다. 이 여성의 죽음은 자기가 자초한 것이다."

중국 소녀는 아마 언제까지나 중국 청춘영화의 타자인 것 같다. 신비롭고 알 수 없는 집단, 순진한 척 하면서 여우같고, 근시안적이고, 게다가 뻔뻔하고, '정의롭고 용감하며 이상을 지닌' 남자아이를 지옥으로 이끌고 가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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