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중심의 중국어(소위 '普通話보통화')와 대만에서 쓰이는 중국어를 비교해 보고 싶어졌다.

역사적인 것을 말하자면, 대만에서 중국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48년 장개석 군대가 대만을 점령한 이후로, 

그 때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대만은 1945년까지 50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였으므로 공식 언어로서는 계속 일본어가 쓰였고(한국처럼), 일상생활에서는 오늘날 臺語('타이위')라고 불리는 대만어를 사용했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갑자기 장개석 정부가 북경식 중국어 사용을 공식화하고 대만어는 쓰지 못하게 하자

학교에서도 애들한테 중국어를 가르치는데, 교사들도 전혀 모르는 언어여서 자기들도 처음 배우면서 가르쳤다고 한다. (예를 들면 영화 '비정성시'에서 성인들이 '북경어'를 처음으로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대만어는 따로 배우지 않는 한 중국어와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언어이다.

사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이 주제로 레포트 과제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참고했던 자료를 소개해 본다. Melissa Brown의 Is Taiwan Chinese? 라는 책이다.



아무튼,

레포트도 썼던 만큼 여기 와서 실제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졌으나,

현지에서 그냥 주워듣고 있다 보니 어떤 부분이 북경 보통화와는 다른 부분인지 사실 현지인이 일부러 말해주지 않는 이상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확실히 차이라고 배운 부분만 써 보기로...


1. 얼화(兒化) 없음


그, 한국에서 배울 때, '얼화'라고 부르는 현상. 여기 와서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보통화로는 '조금'을 一點兒 (yidianr) 이라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一點 또는 一點點이라고 한다.

저 단어는 사실 내가 제일 실수하는 단어인데, 하도 한국에서 yidianr이라고 배워서, 알면서도 자꾸 입에서 一點兒이라고 튀어나온다..

물론 저 단어뿐 아니라 모든 단어가 마찬가지로, er이 붙지 않는다.

얼화가 없어서 북경중국어보다 한국인이 배우기 편하다는 말이 있으나, 북경에 안 가봐서 확인되지 않았다. 


2. 권설음(zh-, ch-, sh- ) 약함


얼화와는 다르게 약간 권설음을 쓰는 것 같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대만은 중국보다 권설음이 훨씬 약하다.

為什麼 (weishenme) 를 말할 때, sh 소리가 나지 않고 말그대로 한국의 ㅅ 같은 발음이 나는 식이다. "웨이섬머?" 이렇게..

병음 표기를 빌린다면, zh- ch- sh- 발음 대신 z- c- s- 를 쓰는 것.

권설음이 아예 없다기보단 훨씬 약하다는 이야기이다.


3. 번체자(정체자)


말 그대로 대만은 번체자 사용...

대만에서는 이 기존의 한자가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正體字(정체자)' 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반면, 번체자/정체자에 반대되는 것은 대륙과 타이완 모두에서 '간체자'로 부르고 있다.

영문 명칭은 Traditional Chinese / Simplified Chinese.


4. 서로를 부르는 명칭


'서로'라는 것은 중국 대륙 + 대만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어 수업에서 배우긴 했는데.. 일단 그 내용은,


(1) 중국인: 대륙 / 타이완 (ok)

 내지 / 타이완 (ok)

 중국 / 타이완 (x) - 중국에서는 중국과 타이완이 한 나라라고(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타이완도 중국인데 왜 '중국'과 '타이완'이냐"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2) 대만인: 중국 / 타이완 (ok)

 대륙 / 타이완 (ok)

 중국대륙 / 타이완 (ok)


분명히 이렇게 배웠는데, 어제 중국 대륙에서 온 교환학생을 만났는데 '중국과 타이완의 차이는...' 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좀더 현지의 상황을 알아 갈 필요가 있음...


그리고, 한국에서의 '남북'와 같이, 이 양쪽을 통틀어서 말하는 단어로는 兩岸(양안)' 이 있다. ex) 양안 관계


5. '중국어(Mandarin)'의 호칭


역시 영어 단어가 비교적 객관적이다..

아무튼 대륙에서는 이 언어를 '漢語' (hanyu) 라고 부르지 않는가? 한국의 수업에서도 이렇게 배운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漢語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 보통 '中文' (zhongwen)이라고 한다.

대륙에서 중국어를 칭할 때 '語'를 쓰는 데 비해, 이곳에서는 대체로 '文'을 사용하는 것 같다.

영어: '英文' 한국어: '韓文'


6. 주음부호


중국 대륙에서는 (한국에서 배울 때 보통 많이 보는) 병음 Pinyin 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대만에서는 원래는 한자 발음 표기 방식으로 주음부호를 쓴다. 언뜻 보면 가타카나 비슷하게 생겼다.

예를 들어 대만에서 핸드폰을 사면 문자판에 숫자와 더불어 주음부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물론이고 대만 바깥에서 주음부호는 전혀 통하지 않으므로, 대만에서 중국어를 공부한다고 꼭 주음부호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도움은 물론 되겠지만..

그런데 대만에서도 요즘에는 병음을 쓰는 대만 현지인들도 가끔 있다. 학교에서는 주음부호를 배우지만, 개인적으로 병음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여 병음 시스템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는 듯 하다.


7. 기타 단어 차이


지금 생각나는 것은 몇 개 없지만..

朴 : 성씨 박을 대륙에서는 piao2, 타이완에서는 pu2 라고 읽는다.

'여기' '저기' : 대륙에서는 보통 얼화를 해서 這兒, 那兒라고 하지만 여기선 얼화가 없으니까 대신 這裡, 那裡 (-li) 혹은 這邊, 那邊 (-bian) 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아주 많으므로 추후 추가될 예정이다.


8. 주의사항


대만 사람들한테 대륙식 중국어를 써도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것 같긴 하지만,

대륙 사람도 아니면서 대륙식 중국어 하는 것을 상당히 안 좋아하니, 대만식 중국어를 최대한 사용하는 게 좋다.


※ 참고할 만한 사이트


1. http://chinese-linguipedia.org/clk/ 중국과 대만에서 합작해서 만든 양쪽 언어 비교 사이트라는데, 사실 잘 못 잡아내는 것 같다...

2. <양안현대한어상용사전> 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http://paramania.egloos.com/5622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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