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올리기 귀찮아서 지금까지 블로그를 차일피일 멀리함. 

이곳은 2월 28일이 국가공휴일인데, 이 날 2.28 화평공원에 갔었다.


2월 28일이 공휴일인 이유는 1947년의 2.28 사건 때문. 

장개석을 따라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외성인 정부와 기존 대만 주민들이 충돌하면서 벌어진 대량 양민학살극으로, 바로 타이페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엔하위키에는 '대만 최대의 양민학살이자 흑역사. 아직도 대만 최대의 아픔으로 남는 사건이다.'라고 약술되어 있음...

자세한 것은 엔하위키의 해당 항목을 봅시다.

항상 이 사건과 세트로 이야기되는 영화인 <비정성시>를 보면, 주인공이 기차 안에서 폭도들의 마녀사냥에 잘못 걸려 맞아죽을 뻔 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당시의 모습이다. 

굉장히 오랫동안 금기시되어 오다가 사건 발생 후 50주년이 지난 1997년에야 국가가 공식 사죄하고 2.28 기념공원이 설립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사가 그렇듯 이 사건 역시 아직까지도 현지인들에게 매우 민감한 대립의 장이 될 수 있는 모양. 

언어 수업에서 의례적으로 교사가 묻는 '저번주에 뭐 했어요?' 질문에 선생님의 반응이 궁금해서 2.28 기념공원을 다녀왔다고 답했는데, 

그러자 선생님은 2.28 사건에 대해서 나에게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해 보라고 했고 ("에... 어렵네요... 장개석의 군대가 많은 사람을 죽였어요... 하지만 말할 수 없었어요...") 

내가 설명한 뒤에는 갑자기 2.28이 있다면 중국에는 6.4가 있다며 중국의 천안문 사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뭐, 나도 2.28에 대해 말하는 게 광주의 5.18을 설명하는 것보다 수월하다.





2.28 화평공원(2.28 Peace Park)

사건 자체도 타이페이 한복판에서 일어난 만큼, 기념공원도 완전 시내에 있다. 대만대학교 병원 역(NTU Hospital) 1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나오자마자 대규모 집회를 목격함. 대만에서 본 첫 집회.


<대만독립> <천수이볜을 석방하라> 등이 쓰여 있다. 阿扁 어쩌고가 써있었는데, 扁은 천수이볜의 볜이다. 아마 애칭인 것으로 생각됨.

보다시피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로 보인다. 연설 자체도 중국어로 하다가 대만어(추정)로 하다가 하였다.




2.28 화평공원의 입구. 사진에는 없지만 이 날은 다수의 경찰력이 배치되어있었다.

2월 28일이라는 이 날을 제외하고 평소에는 그냥 어린아이를 둔 가족들이 놀러나오거나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는 한가롭고 경관이 좋은 공원으로 보였다.







내가 도착했을 때가 오후 2시였는데, 대충 파장 분위기.






사람들이 닭 쫓던 개마냥 멍때리고 있는 모습이다.... 유명인사가 막 떠나려는 것 같은 상황을 보고 그냥 사람들 몰려가는 대로 무조건 따라가 보았으나, 

검은 의전용 차량이 출발했고, 주위에서는 "갔냐?" "갔어" 같은 말을 하며 다들 들고 있던 카메라를 내렸다...

마잉주라도 될까?





도착할 때 쯤 메인 행사가 끝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시민들의 헌화행렬이 이어졌다.







대만에서 2.28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라고 듣기는 했으나

그래도 이날 기념공원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너무 침울하거나 화가 나 있지 않았고, 분위기 자체가 자연스러워 보였다. 헌화도 그냥 구경온 사람들이 으레 하고 가는 행사 정도.

대만의 정치상황은 물론 한국과 다르겠지만 자꾸 대입해 보게 되었고, 

과거의 정부 탄압에 대해 지금이라도 수도 한복판에서 이런 대규모의 추모식이 큰 정치적 대립 없이 국가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5.18 추모공원에 가 본 적도 없고 분위기를 잘 몰라서, 부럽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런 원형 구조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탑돌이하듯이 주위를 돌며 사진을 찍고 있었음.

설명을 찾지 못해서, 나도 뻘쭘하게 탑돌이만..


공원은 꽤 크다.




나무 땜빵을 저런 식으로...





사람들이 다람쥐를 구경하고 있었다.





기념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고,





공원 내부의 2.28 기념관에 갔다. 날이 날인데다가 그날만은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정말 사람이 미어터졌다..

둘러만 보고, 영문판 기념 책자를 사고, 나왔다.













이곳은 대만대학교 병원. 대만대는 다른 장소에 있는데, 부속 병원은 이곳에 따로 있다.

위의 사진이 정문인 듯 하고, 아래의 건물은 유별나게 고풍스러워서 구경했는데, 정신과 병동이라고.





아까의 그 시위대는 계속 그 자리에... 뒷면에서 찍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철조망이 보이는데, 원래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시위 때문에 설치한 것으로 생각된다. 왜인지 궁금. 경찰력의 모습은 한국과 똑같아 보인다.





기념관에서 산 안내책자.




지하철 역 출구에서 빅이슈 판매원을 보고 반가워서 하나 샀다. 3700원? 웬일로 한국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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