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8


이번 여행기에서 찍어온 사진은 열악한 편인데, 뭔가 사진을 잘 찍는 편이 아니고, 그리고 앞서 말한 사정으로 인해 폰의 카메라도 열악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사진 테두리의 비네팅(?)은 낡은 핸드폰 케이스가 핸드폰을 가리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아무 의미는 없다.



6월 28일 아침, 거의 첫 지하철을 타고 타오위안 공항으로 출발한다.




수속을 잘 마치고...




타오위안 공항




타이페이-상하이 구간 비행기를 탄다. 중국동방항공을 샀는데 대만 국적기 중화항공과 코드쉐어였다. 굉장히 좋은 서비스를 경험하고 앞으로의 비행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코드쉐어는 이 한시간 반짜리 한 번 뿐이었고, 이후로는 가격에 맞는 서비스를 체험했다.




밥이 맛있었는데 기내식치고는 굉장히 중화권스러워서 놀랐다. 예를 들면 샹챠이가 들어있다거나. 한국인들은 샹챠이가 입에 안 맞는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타이페이-상하이 구간이니 아무래도 상관없나?


첫 항공을 마치고 내렸다. 이제 상하이 공항에서 10시간짜리 진짜 비행(?)을 할 시간이다.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굉장히 사람이 많다. (물론 이 사람들이 전부 상트페테르부르크행 비행기 탑승객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연착되기 시작했다. 언제 탑승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여기서 와이파이를 잡으려고 애쓰면서 각종 뻘짓을 했는데, 일단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는 내 탑승구 근처에선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게 자기 핸드폰으로 문자 인증번호를 보내서 입력하는 시스템인데, 왠지 몰라도 내 폰에서 작동이 안 됐다. 그래서 와이파이 없이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할 일도 없어지는 현대인(?)은 결국 공항에 영리하게 깔려 있는 유료 와이파이(1시간에 4.59 미국달러)를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휴...... Boingo라는 이름의 유료 와이파이 망이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유료 와이파이를 구매하고 나서도 인터넷이 안 되었다는 점이었다. 급히 무슨 정보를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구글이 켜지지가 않아서 진땀을 흘렸다. 카톡은 잘 되는데 왜 이런 것인가, 이걸 그때는 몰랐다. 구글 서버가 다운됐나? 도대체 무슨 일이지, 네이버는 되는데? 라고 생각했다. 나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차단 목록에 구글까지 포함되어 있는 줄은 몰랐고, 이게 중국 국내의 인터넷 차단 때문이라는 것은 당시에 아예 생각을 못했다.



이 때 급히 찾아보려고 했던 정보는 바로 환전 관련 정보였는데, 상하이 푸동공항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나한테는 대만 돈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만에서는 러시아 루블로 환전이 거의 안 되는 듯 했으므로 대만 돈-미 달러-러 루블 이렇게 2중 환전을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어쩌다 보니 시간이 없어 미 달러로 환전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푸동공항에서 어떻게 좀 해 볼 수 없을까 하다가 결국 푸동공항 환전대에 가서 대만돈-인민폐, 인민폐-루블 이렇게 2중으로 바꾸었다. (여기에는 소량이지만 루블이 있었다. 정말 소량이었다) 

그런데 수수료가 높기로 유명한 공항에서 환전을 2번 하고 나니 정말 수수료가 어마어마하게 떼여서, 루블을 받았을 때 즈음에는 원래의 대만돈(한국돈 5만원 가량)에서 반 정도가 수수료로 증발한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면 수수료를 이렇게 많이 떼이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하지만 그 때는 러시아에 당장 도착해서 돈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었으므로 일단 소량의 루블이라도 손에 넣어야 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알고 보면 이렇게 공항 환전을 2번이나 할 필요도 없었는데, 그 때로선 알 수가 없었다.

아 그리고, 나는 원래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가 있었으므로, 소량의 루블만 갖고 도착하고 나머지 루블은 숙소 근처의 시티은행 ATM에 가서 뽑으려는 계획이었다.




중간에 심심해서 공항에 있는 韓鄉園이라는 한식당에서 한식을 먹었다. 순두부찌개를 먹었는데 굉장히 빨리 나왔고, 굉장히 식어 있었다(...) 뜨거운 걸 잘 못 먹고 그리고 빨리 가서 비행기가 언제 올지 체크해야 하는 나로서는 좋긴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비행기... 



맥주와 함께 기다린다...




위에서 4번째의 비행기였는데, 사진에서 보듯 2시간 넘게 연착되는 중이었다. 취소가 되는 것은 아닐지 싶기도 했다.




맥주도 없어졌지만 계속 기다린다...




하도 연착되다 보니 공항에서 저녁 도시락도 주었다. 뭔가 짜고 맛이 없는,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 같은 음식이었다. 이 몇 시간은 조금 괴로웠다.




저녁 7시쯤 드디어 탑승을 시작했다! 4시간 정도 연착된 셈이다. 그 날 상하이의 날씨가 나빴던 것 같다. 그래서 단거리 비행기는 다수가 취소되었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 노선 같은 자주 없는 비행기는 연착을 끝까지 해 보다가 괜찮아지니까 출발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중국동방항공이 아니라 '상해항공'이라고 쓰인 비행기를 탑승했는데, 막상 비행기를 타 보니 방송은 또 중국동방항공이라고 하고. 이 둘은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


비행기를 탈 때쯤 어떤 러시아 학생과 간단하게 대화를 했는데, 정말 친절했고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잘하는 사람이었다. 에스토니아 근처에 사는데 지금은 대만 어느 대학의 중국어과 학부에 있다고 했다. 사소했지만, 뭔가 여행의 첫 출발이 좋았다! 러시아에 가서도 이런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내식이었다. 옆에 주 메뉴도 있는데 사진이 잘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또 기내식을 주었다. 이 때가 대만 현지 시간으로 새벽 3시쯤 되었던 듯 하다.



이 날은 별 활동 없이 공항과 비행기에서 계속 기내식을 먹은 탓에 굉장히 배가 불렀다. 그리고 반팔을 입은 채로(대만 현지 날씨대로) 비행기에 탔는데 비행기 안은 정말 추웠다. 그리고 아까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계속 졸았던 탓에 비행기를 타도 잠이 오지 않았다. 9-10시간 정도를 날았던 듯 한데 굉장히 춥고 지루한 비행이었다. 담요를 덮고 뜬눈으로 비행기 안 모니터에서 몇 시간 몇 분이 남았는지 뜨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항공기 안은 좀 지저분했다. 좌석 사이사이에 먼지가 가득...

오전에 타이페이-상하이 항공(중화항공 코드쉐어)을 탔을 때는 좌석마다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영화를 볼 수도 있었는데, 정작 장거리 비행을 하는 지금은 그런 것도 없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비행을 하는 건 좋으니 선택에 큰 후회는 없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이런 걸 보고 하는 건가 싶었다.

굉장히 지루한 비행이었는데 참고 기다리다 보니 결국 내리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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