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려고 사 두었던 책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해서 공유해 본다.

책의 제목은 [我的青春,我的FORMOSA] -나의 청춘, 나의 Formosa(대만)-

70년대 초에 태어나 자란 대만인이 대만의 역사와 자기 자신을 둘러싼 기억들에 대해 하나씩 풀어나가는 만화 형식으로 된 책인데,
위의 삽화는 길지는 않지만 대만인들이 일제 시기를 기억하는 한 방식을 압축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일제 식민지 전이나 후나 '한국인'이라는 민족성을 강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일본의 식민통치를 민족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본 반면, 1895년 일본에 편입되기 전까지 거대한 청 제국의 변방 중 변방이었던 대만 섬의 주민들은 이 섬의 주민들이 한 민족이라는 자각을 딱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50년간의 일제 통치를 겪게 된다.
그리고 한국과 비슷한 시기인 1945년에 독립되었고, 그 후 대만과는 별 관계없던 중국 대륙의 장개석 정부가 공산당에 밀려 대만 섬으로 후퇴하면서 여기서 자리를 잡게 되고 대만 섬은 '중화민국'이 된다.
그 과정에서 경찰력에 의한 대규모의 민간인 강경진압인 2.28 사건 등도 일어나고, 장개석 정부와 함께 대만 섬에 들어온 중국 대륙 출신들이 사회 요직을 모조리 차지하는 등 여러 사회적인 혼란이 있었다. 한국이 그랬듯 6-70년대의 대만에서도 엄청난 반공교육이 있었음은 물론이고, 표준 중국어를 할 줄 모르던 대만인들은 장개석 정부 집권 이후 갑작스럽게 기존의 토착 언어인 대만어 사용을 금지당하고 중국어를 사용해야만 했으며, 아이들은 '우리는 대만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다. 하루라도 빨리 중국 본토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입받으며 자랐다(지금에 와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본토 탈환이지만).

그래서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일제 이후에 새로 들어온 장개석 정부 역시 또다른 외세라고 느끼는 견해가 대만에 광범위하게 존재해 왔다. 예를 들면 대만에도 '광복절'이 있지만 이는 더이상 공휴일이 아니다. 천수이볜 집권기에 민진당 정부는 '1945년에 일본은 물러갔으나 대만은 정말로 독립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이유로 매년 10월 26일을 빨간 날 목록에서 빼 버렸다.
게다가 구관이 명관이라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겹쳐지면서 과거와 현재의 일본에 대한 미화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일제는 좋았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곳의 역사교과서는 '일제 시기에 진행되었던 근대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물론 복잡한 역사를, 게다가 다른 나라의 역사를 이렇게 몇 줄로 정리한다는 것이 위험하지만, 참고한다는 정도로 봐 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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