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타이페이현대예술관(MOCA Taipei)에는 '포스트 휴머니스트(후인류-後人類-)의 욕망'이라는 신기한 전시를 하고 있다.

포스트 휴머니즘이라는 단어는 사실 나는 이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인지 최근의 유행인 것인지 얼마 전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요즘 이야기되는 후인류인지 하는 것 말야..."라고 잠시 지나가는 말을 했고 강의실의 학생들도 다들 들어봤다는 분위기였다.


전시에서 내가 접한 것들을 통해 추론하자면, 포스트휴머니즘은 기존의 휴머니즘이 전제하고 있던 '인간'이라는 기본 조건을, 미래에는 자의로, 혹은 본의 아니게 뛰어넘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영역을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복제인간] [성별을 뛰어넘는 사람(트랜스젠더)] [개조된 인간] 세 테마로 나뉘어 있다. 그 세 영역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이 세 종류의 '포스트 휴먼'은 모두 인간의 기술을 통해 기존 사회에서 전제되었던 인간의 기본 조건을 파괴하거나, 인간이란 범주의 영역을 넓힌다. 트랜스젠더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무래도 눈에 띈다. 트랜스젠더는 개인의 정체성이라고 불릴 수도 있지만 사실 개인의 뇌내 생각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는 정체성의 역사 자체가 의료기술에 너무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긴 하다...

포스트휴머니즘의 주된 경전이론적 근거는 Steve Nichols가 1988년 발표한 [Post-human Manifesto], 그리고 Donna Haraway가 60년대에 이야기했던 사이보그 개념에 있다고 한다.


전시장은 주제에 맞게 SF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괴기스럽다고 느낄 만도 하다. 출품을 한 작가들은 대만 출신을 중심으로 출신지가 다양한데,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아이슬란드의 뷰욕이다. 전시장에서 걷다가 갑자기 뷰욕의 이름이 있어서 팜플렛을 다시 확인해 봄. 어떻게 연이 닿아서 지구 반대편에서 이 주제로 출품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곘지만, 새로운 창작물을 낸 것은 아니고 2008년 발표된 Wanderlust의 뮤직비디오를 이 전시장에서 안경을 끼고 3D로 감상할 수 있었다. 최우람이라는 이름의 한국 출신 작가도 한 명 있었다. 유튜브에서 이 작품이 다른 곳에서 전시되었던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실 나한테는 작품 설명이 더 필요하다.

관련 주제로 행사도 여럿 하고, 개장일이었던 11/23일에는 작가들 다수와 학자들이 참여해서 포럼을 갖고 있었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조건을 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사실 처음에는 정말 뜬금없는 맥락이라고 생각되었고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던 SF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면 이미 사람들은 과학기술에 의존해 스스로의 능력을 확장하거나 몸을 바꾸고 있으니 (뭐 라식수술을 하거나 하는 간단한 것부터) 먼 이야기는 아니다.


MOCA Taipei 공식페이지: 링크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