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4


오늘은 예전에 인터넷에서 신청해 둔 모스크바 프리 투어에 가는 날! 모스크바 프리 투어란 매일 진행되는 몇 시간짜리 시티 투어에 자유롭게 참가하고, 끝나면 원하는 만큼의 액수를 자유롭게 지불하는 투어 형식이다. (이런 투어에는 액수를 얼마나 지불해야 맞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그래서 아침에 나섰다.



지하철역 근처에서 다시 마주친 St. Clement's church. 한국어로는 이름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전히 예쁘다. 전날분 포스팅에 쓴 대로 저 지붕 위의 작은 세 돔이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가운데에는 황금색이고 양 옆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선명한 파란색... 하지만 정말 예쁘다. 이런 색감을 어떻게 쓸 생각을 했을지.


그런데 결국 이 날 프리 투어에 도착하지 못했다. -_-;; 바로 집합장소 근처까지 가긴 갔는데 이상하게도 집합장소를 찾을 수 없었고 게다가 이 날은 몸 상태가 좀 좋지 않아서 뭔가 열심히 걷기가 힘들었다. 결국 신청해 둔 건 아쉽지만 투어를 그냥 포기하고 잠시 정처없이 걸었다. 여행 후반으로 갈수록 이상하게도 이렇게 정처없이 걷는 시간이 늘어난다.




한참 걷다 보니 크렘린 근처에 도착했다. 크렘린 옆에는 예쁜 공원이 있는데 관광객 현지인(러시아인 관광객인지는 모르겠지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붉은 광장 주변!

붉은 광장이란 이름은 색이 붉어서가 아니라 러시아어 옛 말로는 붉다는 말과 아름답다는 말이 같은 단어여서, 원래는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라고 어딘가에서 읽었다. 그런데 여기 가보면 사실 광장 주변 건물이 모두 이렇게 붉은 색이다. 그러니까 붉은 광장이라는 이름은 옛날부터 있었고, 거기에 맞춰서 일부러 주위 건물을 붉게 한 것인가? 헷갈린다.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잠시 휴식했다. '아이스 커피'를 시켰더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아이스 카푸치노 같은 게 나온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시티투어 버스가 있길래 탔다. 다리도 아팠고 해서.




버스 안에서 본 모스크바 시내의 모습.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다르게 이 때 모스크바는 도시 곳곳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탄 시티투어버스와 마찬가지로 이 버스에서도 이어폰 가이드 설명을 제공한다. 아! 그리고, 창문 너머에 보이는 흰 건물은 러시아 국회의사당이라고 한다. 옐친이 탱크를 몰고 온 바로 그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시티투어버스를 타면서 이어폰으로 설명도 듣고 다리가 아팠는데 잠시 쉬어서 좋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너무 비싼 돈을 치뤘다. 

일단 1200루블이나 했고 (근데 나중에 버스를 타고 받은 팜플렛을 보니 1일권 1000루블이라고 하던데, 왜 처음에 1200루블을 받은 것인가? 모르겠다 ㅠㅠ) 두 번째로 결정적인 이유는, 내 실수로 돈을 내고 받은 영수증을 받자마자 버려버린 것이다. 그게 영수증인지도 자세히 안 보고 구겨서 버스 내 쓰레기통으로... 원래 1일권을 사면 하루 내내 자유롭게 탔다 내렸다 할 수 있고, 그래서 내려서 이 관광지를 잠시 보고 다음에 오는 버스를 아무 거나 타서 저 관광지에도 가 보고 이런 게 시티투어버스의 기본 개념이다. 그런데 영수증을 받자마자 버렸으니 한 번 내리면 다시 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뭐 이런 바보같은 실수를 했지. 아무튼 그래서 투어버스를 타고 한두시간 정도 시내를 한 바퀴 반만큼 둘러본 후... 내렸다. 물론 내가 오늘 이걸 산 건 맞으니까 다른 버스를 타더라도 매표원이랑 잘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떻게 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왠지 또 그런 것에는 자신이 없었다.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려고 1200루블을 낸 건 아무튼 좀 뼈아픈 낭비였다. 그러니까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함부로 영수증을 버리면 안 된다.




투어 버스를 타면서 졸기도 했고(쉬어서 좋았음)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건물, 참새언덕, 마르크스 흉상 등 주요 관광지를 겉핥기로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왠지 나도 모르게 '유로피안 몰'이라는 쇼핑센터에 내렸다. 이 곳은 관광지라기보다는 그냥 대형 쇼핑센터인데, 왠지 이런 곳에서 그냥 무난한 밥도 먹고 충전도 하고 싶었다. 사진 오른쪽의 큰 e는 아마 유로피안 몰의 마크가 아닐까 싶다. 왼쪽이 그 건물이다.

내려서 들어가는데 어떤 사람들이 Are you Korean? 이라고 말을 건다. 역시 한국인스럽게 생겼나보다. 아무튼 그 분들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필리핀인들인데, 한국에 관광을 가 보고 싶어서 한국 대사관(영사관?)에 가야 할 일이 있는데, 나한테 한국 대사관을 여기서 어떻게 가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 근처에 한국 대사관이 있는지도 몰랐던 스쳐가는 관광객이 그걸 알 리가 없다.




여기서 생필품을 좀 이것저것 사고 둘러보기도 했는데, 의외로 토니모리를 발견해서 그냥 한 번 찍어 보았다.

대만에 있다 보면 페*스샵, 이니스*리, 에뛰**우스 등 한국 화장품 가게 로드샵이 너무 많다. 러시아에서는 그런 종류의 한국 로드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다. 




이 유로피안몰에서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화점답게 푸드코트가 있었다. 그런데 관광지도 아니다 보니 전부 러시아어뿐이고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약간 난감했다. 한참 살펴보다가 주문하기 편할 것 같은 세트메뉴 그림이 있는 집에 가서 아무거나 가리켰는데, 그냥 그림만 가리키면 주문이 끝나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세부사항을 결정해야 할 게 많은가보다. 음료는 뭘로, 어느 고기로, 등등. 그래서 또 한참 주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다행히 영어가 조금 가능하신 점원이 있어서 어떻게 주문을 했다. 음식을 내주시면서 아리가또! 라고 밝은 웃음을 지어주신다.

Saj & Falafel이라는 가게였는데 체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러시아 전통음식은 아니고 뭔가 중동스러운 음식을 파는 가게였다. 저기서 익숙한 맛은 주스(블랙베리)뿐 나머지는 다소 희한한 맛이 나는 음식이었다. 쌀밥을 시켰는데 쌀도 한국에서 먹는 그 쌀이 아니라 길쭉한 쌀이고. 좀 희한했지만 이런 것도 먹어봐서 좋았다. 새로운 음식 먹어보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 다음에는 아르바트 거리에 가기로 했다! 유로피안 몰과 지하철은 이어져 있어서, 지하철로 잘 갔다. 아르바트 거리에 나오자마자 잠시 비가 왔지만 다행히 곧 그쳤다.



지하철역 근처에 있던 어느 공중 화장실(하필이면)에서 키노와 관련된 무슨 포스터를 발견했다. 뮤지컬인가, 연극인가, 아님 뭘까. 저기서 판독 가능한 것은 빅토르 최의 얼굴과 키노라는 글자와 10월 22일이라는 날짜뿐이었다. 아무튼 10월이라면 나와 관계가 없으므로 일단 패스했다. 러시아어로 검색을 하면 인터넷에 관련 정보가 있을 것 같긴 하다.




모스크바의 티켓 판매소!

전에도 말했지만 이런 식으로 도시 곳곳에 공연 티켓만을 파는 작은 부스가 있었던 것이 정말 신기했다. 한국이나 대만 같으면 표는 보통 온라인에서 살 것이고, 그리고 공연을 그렇게 일상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인데, 이곳은 좀 다르게 돌아가나보다. 이런 부스가 있으니 이 사람들에게는 뭔가 공연문화가 더 일상생활에 가깝게 위치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아르바트 거리. 번화가이자 관광지이다. 넵스키 대로처럼 아주 길지는 않고 조금 걸으면 된다. Arbatskaya라는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와도 되는 모양이지만 그 전의 Smolenskaya 역에서 내려서 걸어도 된다. 나는 Smolenskaya 역에서 출발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엄청나게 많은 곳이다. 심지어 기념품 상점에 들어가도 중국인 직원들이 꽤 있다. 아르바트 거리에 웬지 그 비율이 특히 높은 것 같긴 했지만, 아르바트 거리뿐 아니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전체적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꽤 많은 편이었고, 일본인과 한국인은 상대적으로 별로 보지 못했다(대만 사람들은 비자 문제 때문에 오기가 힘든 편인 것 같다). 러시아 관광지의 제2외국어가 중국어였다는 게 뭔가 놀라웠다. 그리고 관광지에 나같이 생긴 사람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중국인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였다.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저 곳은 푸쉬킨과 그의 부인의 동상이 세워진 곳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푸쉬킨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그의 사생활도 열심히 소비하는 모양이다. 푸쉬킨은 기혼자였는데 자기 부인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됐고, 그래서 그 다른 사람과 부인을 놓고 결투를 하다가 다쳐서 허무하게 사망했다고 한다. 뭔가 희한한 이야기인데 아무튼 이 동상에도 그 이야기가 반영되어 있다. 푸쉬킨과 부인은 동상에서 손을 잡고 있는 듯 보이지만 아주 자세히 보면 손이 맞닿아 있지 않고 두 손 사이에 약간 거리가 있다. 아무래도 부인과의 복잡한 관계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자기 부인이 바람이 났는데 왜 그 남자와 결투를 하는 것일까? 부인이 무슨 전리품도 아닌데 그 남자와 결투를 해서 만약 이기더라도 이미 떠난 부인의 마음이 다시 돌아올까? 푸쉬킨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무튼 관광하면서 흔히 듣게 되는 이야기는 위와 같았기에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그렇고, 저렇게 손을 맞잡다가 만 듯한 동상이라니, 이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너무 가십거리같은 면을 반영해서 만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 동상을 세우면 해당 인물을 기념하는 목적인데 저건 뭐 죽은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




한국 여행블로그에서는 왠지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의 명물로 이 집이 소개되어 있는데,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긴 하다. 이 Shake shack 버거는 미국 체인인데 왜 아르바트 거리 하면 연관검색어로 쉑쉑버거가 뜨지... 며칠 전에 한국 강남에도 오픈했다고 들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아니 모스크바를 와서 여길 왜 가'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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