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5
1 성 바실리 대성당
2 레닌 묘
3 '편수'
4 글린카 음악문화 박물관
5 러시아 현대사 박물관
6 차이코프스키 홀
7 카페 무무
아까 산 차이코프스키 홀의 공연은 오늘 19시에 열린다. 이 때가 시간이 18시가 다 되어 가는 상황이어서, 일단 공연장 근처에 가기로 했다.
쉬면서 공연장 맞은편 가게에서 크바스를 마신다. 크바스(квас)는 러시아의 전통음료인데 호밀과 보리를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사실은 술에 가까운 것 같다. 알코올 도수도 있는데 아주 약하다. 이 캔의 경우 0.5%라고 되어 있다. 근데 왠지 러시아에서 주류에 포함이 안 되는 것 같다. 0.5퍼센트 1퍼센트 이런 건 술도 아니라는 건가.
마신다고 취하진 않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지 약간 하이해지는 느낌은 있었다. 알코올을 마시면 나는 효과가 약하게 나는 정도이다. 이번 여행에서 크바스란 걸 처음 알게 됐는데 되게 내 취향에 잘 맞았다. 시원한 크바스 캔을 마시면 정말 상쾌해진다.
오늘 공연은 바로 코사크 민족음악과 춤 공연이다. 코사크 또는 카자크 족(Казаки)은 러시아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 온 용병 민족이다. 코사크 족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런 자세한 글이 있다.
공연의 영문명은 State Dance Theater "Cossacks of Russia" 이다. 그러니까 코사크 족 중에서도 러시아 쪽이다.
공연 안내 페이지에서 캡처해 온 사진이다.
차이코프스키 홀이 정말 멋진 게, 여기서 근래에 한 모든 공연을 다 녹화해 올려놨다!! 그래서 이 공연을 포함해서 여기서 매일 열리는 공연을 모두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 돌아와서 여기서 한 다른 공연도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차이코프스키 홀은 정말 유명한 공연장인데, 이렇게 와 보게 되어 영광이었다.
공연은 기대대로 재미있었다. 좀 놀랍기도 했다. 민속음악과 춤인데 어떻게 이들의 민속은 군대와 이렇게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과연 용병민족답게 많은 이야기가 전쟁과 관련이 있었다. 대포를 가지고 나온 병사들의 코믹극, 전쟁에 나가는 남자와 그를 말리지만 실패하는 여자,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온 남자들과 음식을 대접하며 남자들을 반기는 여자들, 내용이 대충 이런 식이다. 정말 이들의 삶은 전쟁과 함께였던 것 같다. 근데 그러면 많은 남자들이 죽고 다칠 것이고, 그러면 민족의 역사도 순탄치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코사크 족에 대해 자세한 건 몰랐다. 크게 지식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긴 했다.
무대 앞에서는 댄서들이 민속 춤을 추고, 뒤에서는 전통 악단이 연주를 하는 형식이다. 나는 맨 끝자리를 산 탓에 거의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도 음량이 컸다. 다만 댄서들의 경우 사진에서 보듯 자세히 보이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역시 1500루블짜리 앞자리를 살 걸 그랬나 하고 생각했다. 음악 면에서 궁금했던 것은 춤곡의 템포가 정신없을 정도로 빨랐다는 점이었다. 원래 코사크 댄스는 이렇게 빠른 건지 아님 이 공연이 빠르게 하는 건지.
공연이 끝나고 숙소 주변으로 돌아오자 이미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길가다가 충동적으로 식당에 들어갔는데 음식점 무무(Муму)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맨 위 일정 지도의 7번)
무무는 대중적인 뷔페 레스토랑으로 대만식으로 말하면 쯔주찬(自助餐)이다. 식판을 들고 한 바퀴 돌면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담은 다음 마지막에 한꺼번에 계산하는 식이다. 자세한 소개글은 여기.
러시아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여기에 대해 보고 꼭 한번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가기에 적당해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러시아스러운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와 보고 싶었다. 근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숙소 근처에 있길래 충동적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늦었지만... 이렇게 푸짐한 야식을...
대만에 처음 와서 처음 쯔주찬을 시켰을 때도 현지인들과 다르게 엄청 시킨 다음 배불러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해서 600루블 정도 나왔던 것 같은데 엄청난 양이다.
왼쪽 위는 러시아 특유의 검은 빵, 왼쪽 아래는 보르쉬 수프, 윗쪽 중간의 빨간 것은 비트 샐러드와 마요네즈, 그리고 오른쪽 접시에 담긴 것은 닭꼬치(꼬치요리면 다 샤슬릭에 포함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감자요리다. 오른쪽 위는 물론 맥주. 즉 뭔가 러시아스러워 보이는 것을 이것저것 담은 야식이었다.
보르쉬 수프는 색깔은 신기하지만 먹어보니 미네스트로네 수프와 유사한 맛이었고, 검은 빵은 맛있었지만 그냥 질긴 빵 맛이었고, 닭꼬치는 닭꼬치 맛이었고, 감자 요리는 그냥 감자 요리 맛이었다. (???) 뭔가 굉장히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비트 샐러드와 마요네즈의 조합은 너무너무 맛있었다!!! 비트가 어떤 야채인지 잘 모르지만 일반 야채와 다르게 부드럽고 크리미했는데, 마요네즈를 넣으니 더 그랬다.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대만에 돌아오니 친구들이 러시아 음식이 입에 맞냐는 질문을 더러 하던데, 이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러시아 음식은 전반적으로 딱히 입에 맞고 아니고 할 여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요리법이 복잡하거나 희한한 재료를 쓰거나 하는 음식이 별로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짜게 먹는 경향이 있는 걸 빼면 막 중국요리를 먹을 때처럼 '이게 뭐지' 싶은 요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음 아니면 내가 혼자 저예산으로 다니느라 별로 다양하게 안 먹어 봐서 그럴 수도 있다. 다양하게 안 먹어 보긴 했다.
이렇게 야식을 실컷 즐기고, 숙소로 들어가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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