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6



1 레닌그라드 역

2 굴라그 박물관

3 롯데 플라자

4 빅토르 최의 벽/아르바트 거리





굴라그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시내로 나왔다.




버스정류장에서 트램을 타러 기다리는데 옆에 있는 예쁜 건물은 인형극 극장인가, 아무튼 어떤 극장 같았다.




이번 트램 열차는 더 새 차량이고 영어 안내도 있다. 그리고 입구에 저런 식으로 장치가 되어 있어서 카드를 찍은 뒤 바를 밀고 들어오는 형식이다. 예전 한국 지하철처럼.




퇴근시간(저녁 5-6시)이었고 곳곳에 이렇게 공사도 하는 바람에 교통 정체가 엄청났다.




또 한번 아르바트 거리에 오게 되었다. 아르바트 거리에 다시 가기 전에 롯데 플라자에 왔다. 롯데 플라자는 이름에서 보듯 롯데그룹이 세운 백화점이고 아르바트 거리 주변에 있다. 여기 지하상가에 고급 슈퍼가 있다는 정보를 어디서 보고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드릴 기념품을 살까 하고 온 것이다.

롯데 플라자에 저렇게 한국 국기가 걸려 있어서 신기했는데(오른쪽에서 두번째) 요즘 롯데그룹에 대한 말이 많은 것이 생각이 났다. 자세히 모르지만 일본 기업이라는 말이 있고 그런데 한국 국기가 걸려 있고 일본 국기는 없는 걸 보니 일단 국적상 한국 기업이긴 한가 싶었다.

안에 들어가면 그냥 백화점이고 고급 브랜드가 많고 그런 식인데, 지하 상가엔 나처럼 기념품을 사러 온 건지 아님 여기 사는 유학생인지, 아무튼 한국 사람들이 여기에만 좀 보여서 재미있었다. 1층에 시티은행 ATM도 있고 하니 여행가다가 잠시 와도 좋은 곳 같긴 하다.

그런데 이 롯데플라자 지하상가에서 별로 특별한 기념품을 건지지 못한 게, 그 곳은 러시아의 고급슈퍼였고 고급슈퍼답게 수입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기념품을 사면 러시아에 고유한 뭔가를 사려고 하지 프랑스 초콜렛을 사고 싶진 않은 것인데, 현지인들에게 고급품의 개념은 관광객이 사고 싶은 물품과는 다를 것이다.




롯데 플라자에서 나와 조금 걸으면 아르바트 거리의 출발점인 Smolenskaya 역에 오게 된다.




좀더 걸어보다가 어제 처음 갔던 뷔페식 식당 무무에 다시 와 봤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이 무무가 없는 것 같고 모스크바에는 여러 군데 있는데, 아르바트 거리에도 이렇게 하나 있는 것이었다. 외국인도 많았다.

어제 제일 맛있었던 비트 샐러드+마요네즈를 또 시켰고, 그 외에는 저 돼지고기 구이를 시킨 정도였다. 저 돼지고기 구이는 스팸급으로 짜서 먹으려면 사실 빵이나 밥 같은 게 옆에 많이 있어야 될 것 같았다.




식당을 나오니 길거리 예술가들이 돌 위에 서서 '연극'을 하고 있었다. 중간 돌 위에 선 사람이 연극에 나오는 듯한 대사를 열심히 읊은 다음 내려가고, 옆에 서 있던 배우가 올라와서 자기 분의 대사를 또 읊고 그런 식이다. 연극반 학생들의 연습이라도 되는 건지, 내용은 이해되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기념품 가게 진열대인데 뭔가 심하게 밀덕스럽다...




팬심에 아쉬워서 빅토르 최의 벽에 또 와 봤다. 이제 모스크바를 떠나면 다시는 못 볼 텐데 딱 한번만 보고 가기는 아쉽다! 이런 거였다. 근데 뭐 오늘 온다고 특별한 게 있진 않았고 어제와 같았다. 러시아인들에게도 관광지로 유명한지 사람들이 와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에는 안 나와 있지만 어제 붙어 있던 '장승'도 똑같이 붙어 있었고.

언젠가 러시아에 또 가게 된다면 또 와서 이번에 본 것과 어떻게 벽이 달라졌는지 비교해 봐야겠다.




소비에트 지하철을 또 지난다. 모스크바에서 타는 마지막 지하철이다. 하지만 러시아에 오는 게 이번이 아예 마지막은 아닐 거다.




아까 왔던 레닌그라드 역에 다시 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에 다시 가는 것이다. 맡겨두었던 짐을 찾았다.

보안검사 때문에 역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내 뒤에 서 있던 미국인들이 이거 검사하는 게 미국에서 멕시코 넘어가는 국경같다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있었다 ㅋㅋ




역 안에는 각종 자판기가 있었는데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 자판기는 'space food'를 파는 자판기라고 되어 있었다. 아마 소련 우주개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우주식량 비슷한 것을 만들어서 파는 것일 것이다. 친구들한테 기념품으로 한두개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300루블을 넣었는데, 그 다음 해당 번호를 눌러도 상품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떻게 조작하는지 몰라서 좀 살펴보고 있으니 내가 넣은 돈을 먹어버리고 기계가 맨 처음 단계로 돌아갔다. ㅠㅠ 도대체 뭘 눌러야 나오는 것이었을까. 모르겠음.




밤 침대열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역사 내부에서 맥주를 마신다. 마시면서 핸드폰 이북으로 고골의 <검찰관>을 읽었다. <검찰관>은 희곡인데, 제정 시기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어느 날 상트페테르부르크(당시의 수도)에서 '검찰관'이 도시를 둘러보러 온다는 소문이 돈다. 이 검찰관이란 조선 시대의 암행어사 비슷한 역할인 것 같다. 시장을 비롯해서 모든 관리들이 혼비백산하고, 평소의 나태하고 부패하기 짝이 없는 도시 행정을 어떻게 잘 덮어 보려고 다들 난리를 피운다. 그러다가 '검찰관'이라고 추정되는 어느 젊은이가 나타나게 되고 모든 관리들은 이 젊은이에게 잘 보이려고 갖은 수단을 다하게 되는데, 이 젊은이는 그냥 우연히 지나가던 놈팽이일 뿐이었다. 뭐 이런 이야기이다. 당시의 중앙집권적인 체제(이상)와 부패한 지방 행정(현실)을 풍자하는 이야기이다. 

지금의 러시아도 굉장히 중앙집권적인 체제이고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가지는 그런 느낌인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푸틴은 일반 민중들이 본인에게 청원하는 편지를 쓰면 그걸 들어주는 그런 '전국민 담화'를 진행하기도 한다는데, <검찰관>에서도 지방 상인들이 시장의 부패한 행정을 어떻게 좀 해달라면서 검찰관으로 추정되는 젊은이에게 황제한테 청원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밤 10시가 넘어 침대열차를 드디어 탔는데 ㅋㅋㅋㅋ 난이도가 있었다. 

내가 한 실수는 2층 침대칸 열차에서 1층이 아니라 2층 자리를 샀다는 것이었다. 2층이나 1층이나 가격은 같은데 혹시나 1층에 있으면 도난 문제가 있을까봐 2층을 샀다. 그런데 막상 타고 보니 1층은 좀 넒은데 2층은 너무 좁았다. 허리를 펴고 앉을 수도 없고 제대로 올라가서 눕기도 힘들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이불을 덮고 누우면 그 바로 위에 천장이 있다. 열차 자체는 엄청 깨끗하고 관리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은데 2층 좌석이 이렇게 좁다니, 놀랄 정도였다. 배터리 충전 같은 것도 물론 안되고, 한번 2층 좌석에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기도 되게 불편하다. 이 침대열차 2층에서 잔다는 건 마치 침낭에 들어가서 꼼짝않고 잠만 자는 느낌이었다.

이런 경험을 해 보는 것도 한 번 정도는 좋을 것 같은데, 경험해 보고 나니 앞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같은 것은 안 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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