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7



이 날은 특별한 일정이 없었지만 이 곳 Rosfoto (Росфото) 에는 진작부터 가 보려고 했었다. 이 곳은 작게 사진 전시를 하는 곳인데 마침 이 때 당시의 러시아 록 음악가들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여행 전부터 이 곳을 알았던 것은 아닌데 여행 도중에 정말 우연히 홍보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나는 로큰롤을 보았다 (Я видел Рок-н-ролл)"이라는 제목의 전시였다.

사진작가 Igor Mouhkin의 작품으로, 그는 특히 페레스트로이카 시대 러시아 록을 담아낸 사진을 많이 찍었고, 그 외에도 소련과 러시아 사회를 담아낸 사진으로 저명한 사진작가라고 한다. 자세한 영문 설명은 여기에.




이 곳은 러시아 역사, 사회와 관련된 다양한 재미있는 전시를 하는 모양이다. 내가 갔을 때는 전시를 하나만 보면 150루블, 전시중인 세 개를 다 보려면 300루블이었다.




아래는 전시장의 모습이다. 재미있는 사진이 많은데,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하겠다. (물론 사진촬영은 허용이었다)


 


온라인 전시 설명에 따르면 Igor Mouhkin은 이 전시의 내용을 책으로도 출간했다고 하니 필요하면 책을 사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사진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몇년 어디에서 찍은 사진이다 라는 정도 외엔 정보는 전혀 없었다.




전시장 입구에 붙어 있는 전시 관련 글이었다. 혹시 필요하신 분이 있다면 읽어보시면 되겠다. 글의 제목은 Есть ли у вас своя <Группа Кино>? (Do you have your own Group <Kino>?) 이다.




이렇게 분주하고도 널럴했던 마지막 날의 여행을 마쳤다. 이제 짐을 찾으러 모스크바 역(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가 있는 역)에 간다. 이 사진은 역사 내부에 있는 푸쉬킨의 동상이라고 해서 찍었던 것 같다.




역사에서 시간을 좀 때우며 맥주를 마신다. 현지 팝 채널이 나와서 잠시 구경.




중앙아시아의 어느 나라(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 어느 3인조 보이밴드가 있고 그 중 한 명이 고려인이라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예전에 보았는데, 뮤직비디오를 보아 하니 바로 그 그룹인 것 같았다. 저 까만 머리의 남자가 아마 그 고려인 멤버인듯.




이건 생긴 건 달라도 구성이 케이팝스러웠다.




러시아에서 정말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가 꽃을 선물하는 문화였다. 

꽃집이 한국이나 대만에도 좀 있지만, 러시아에는 수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훨씬 많다. 지하철 역사든 길거리든 꽃집 부스가 많고, 게다가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꽃을 판다. 마치 한국 할머니들이 야채를 길거리에 늘어놓고 팔듯 꽃다발을 파는 것인데, 전에 러시아포커스에서 본 기사에 따르면 이 곳 노인들은 산에서 새벽에 꽃을 따다가 이렇게 팔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연인 사이이거나 비교적 특별한 일이 있어야 꽃을 선물하는 한국과 달리 러시아 사람들은 꽃을 선물하는 문화를 일상적으로 누리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느 날 넵스키 대로의 어느 까페에 앉아 있었고 옆에는 어떤 기품있는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 분과 그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듯한 남자가 꽃다발을 들고 와 그 할머니에게 선물하는 것이었다. 분위기로 보아 두 사람은 업무 때문에 만난 것 같았고 그렇게 잘 아는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이런 걸 몇 번 보았고, 또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현지인, 특히 여성 중에 꽃다발을 들고 길을 걷는 사람이 꽤 많다. 러시아어 인강을 들어 보면 심지어 24시간 꽃집도 많다고 하는데 진짜인지 모르겠다. 24시간 꽃집이라는 게 존재하다니.

별 일이 없어도 꽃을 선물하고 사는 문화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말 멋진 문화라고 생각한다. 꽃은 예쁘고 화려한데 사치스럽지도 않고, 꽃을 보고 기분나빠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문화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러시아 사람들만 아니라 나도 평소에 아무 일 없이도 꽃을 선물하고 받고 그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oskovskaya 역에서 지하철을 내려 나오면 바로 공항 가는 버스가 있다. 안내도 똑바로 되어 있다. 시간이 이 때 오후 9시였는데, 백야 피크 타임은 지나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꽤 밝았다.




공항에서 무사히 수속을 마쳤고, 기념품을 샀다. 선생님들께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뭘 할지 몰라서 면세점을 엄청 배회했다.

맥주를 좀 마시다가 탑승한다. 현지에서 밤 11시에 탑승해서 8-9시간을 날아 상해 푸동공항에 가는 일정이었다. 다음에 또 오는 건 언제가 될지. 그 때는 러시아어도 좀 해서 오고 싶고, 그리고 누구랑 같이 오고 싶다.




상해항공의 비행기.

오는 비행기가 너무 지루했던 탓에 이번에는 일부러 러시아어 기초 책까지 사서 왔는데, 9시간 정도를 날았지만 책을 펼쳐볼 시간도 없었다. 타자마자 잤기 때문이다. 몇 시인지도 모르고 기내식 안내에 눈을 떠서 밥을 대충 먹고 나니 금방 상해 푸동공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이렇게 여행이 끝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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