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5



1 성 바실리 대성당

2 레닌 묘

3 '편수'

4 글린카 음악문화 박물관

5 러시아 현대사 박물관

6 차이코프스키 홀

7 카페 무무



마야콥스카야(Mayakovskaya) 역에서 조금 걸으면 도착하는 글린카 음악문화 박물관이다 (위 지도의 4번). 음악문화 박물관이라고 하면 추상적이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주로 전시하는 것은 세계의 다양한 악기이고, 콘서트나 음악 이벤트도 자주 열리는 것 같다.

박물관 영문 홈페이지



박물관 직원들은 정말 친절하셨다!

표를 사려고 하니 Student? 이라고 물으신다. 학생이 맞는데도 No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학생같은 내 차림을 보고 No student?라고 되물으시는데 피눈물이... 

러시아 오기 이틀인가 사흘 전에 학생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ㅠㅠ '학생증을 잃어버렸어요'라고 하는 건 사실인데도 너무 구차하고 수상하게 들릴 것 같아서 이 여행에선 학생할인을 그냥 포기했다. 러시아 박물관이나 관광지 중 학생할인 또는 학생 무료 입장을 시행하는 곳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내가 학생증이 없어서 이번에 더 낸 돈이 최소 1000루블은 될 것이다. (물론 국제학생증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내 대학원 학생증을 말하는 것이다.) 큰 관광지 몇 곳은 국제학생증이나 러시아 내의 학생증만 할인이 되는 것 같지만 일반 박물관은 그냥 다 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대만에 돌아와서 학생증발급을 다시 받는데, 이 일이 다시 생각났다. 러시아 가기 전에 학생증을 잃어버리고는 '아무래도 돌아와서 재발급받아야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왠지 몰라도 재발급이 며칠 걸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학생증 재발급을 받으러 학교 교무처에 가니 발급비 조금을 내고는 5분도 안 되어 다시 새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러시아 가기 전날이라도 학교에 가서 학생증을 발급받아오는 건데 싶었다.



이 글린카 박물관의 주 전시실은 아래에 쓰여 있듯 'Musical instruments of the world'를 전시한 공간이다. 시대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되어 있는데, 맨 처음 들어가면 러시아 지역에서 오래 전(아마 9-10세기였던가) 발견된 민속악기가 가장 먼저 전시되어 있다. 일단 러시아 내 다양한 지역의 악기를 한번 소개한 후, 러시아완 관련 없지만 세계의 다양한 전통악기를 소개하고, 유럽 근대의 클래식 악기를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20세기의 새로운 악기를 소개하면 끝나는 식이다. 전시실의 규모는 작은 편인데, 그래도 잘 되어 있다.



영문 오디오가이드가 되게 잘 되어 있고, 무료다! 지금까지 간 다른 박물관에선 오디오가이드가 유료였는데 여긴 그냥 입장권에 포함되어 있다. 오디오가이드의 내용도 꽤 충실해서, 일부 악기에 대해 더 심도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게다가 높은음자리표 표시 옆의 센서에 오디오가이드 기기를 가까이 대고 버튼을 누르면 악기의 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러시아 민속악기를 아직은 잘 모르는데 이렇게 겉핥기로나마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음악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그냥 이런 악기 소리를 들어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이건 악기 설명...




발랄라이카가 이렇게 예쁘게 전시되어 있다. 발랄라이카(Balalaika)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의 민속악기로 기타 비슷한 악기이다. 저 그림에서 세모난 게 발랄라이카이고 동그란 게 비슷하지만 분류상 다른 악기 돔라(Domra)이다.

발랄라이카는 왜 저렇게 세모날까? 잡고 연주하기 불편해 보이는데, 어차피 서서 스트랩으로 메고 치면 상관없을지도.



동아시아 전통악기를 전시한 곳. 전체 전시의 일부일 뿐이지만 내가 사진을 가장 많이 찍었던 곳이다. 각종 중국악기가 있고 그리고 내가 지금 대만에서 배우고 있는 고금(古琴)이 있었다! 중국에서 건너온 고금일지. 




한국 악기도 조금 전시되어 있었다. 오른쪽은 몽골 악기로서 그냥 같이 붙어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건너온 듯한 악기도 있었다고 기억된다.




이건 전시실 맨 끝인데, 맨 끝 부분답게 20세기에 새로 등장한 악기가 전시되어 있다. 왼쪽은 초기의 신시사이저(이름을 모르겠다)이고 오른쪽은 현대 밴드음악에서 쓰이는 악기다.




그리고 전시실을 나오니 이런 공간이 있었는데, 야마하 협찬으로 이런 전자악기를 직접 연주해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다. 연주를 하더라도 소리가 이어폰으로 연결되어 있어 전시실이 시끄러워지진 않는다. 기타를 좀 쳐 보다가 나왔는데 되게 괜찮았다. 저런 종류의 악기는 혼자 이어폰을 끼고 연주할 수도 있고. 모델명을 찍어와서 방금 검색해 보니 한국 돈으로 100만원 정도 하는 악기인 것 같다.


박물관을 나왔다. 작지만 되게 좋은 곳이었다.



콘센트가 있고 밥먹을 곳을 찾아 헤맨다. 맥도날드를 찾아가 봤지만 콘센트가 없었고 맥주도 팔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나오려는데 입구에 신기한 사진이 있었다.

사진으로 보아 이 곳은 아마 소련 말기에 소련에 처음 생긴 맥도날드인 듯 하고, 개점 당시의 사진을 이렇게 전시해 둔 것이었다. 맥도날드의 상징성이 있다 보니 이런 사진도 굉장히 좋았다.




더 걷다가 카페 하우스(Кофе Хауз)가 있길래 들어왔다. 카페 하우스(코페 하우즈라고 읽나?)는 뭔가 한국의 커피빈이나 카페베네 같은 느낌의 체인점으로 여러 곳에 있다. 그런데 한국의 커피전문점과는 다르게 음료의 종류도 훨씬 다양하고 술도 다양하게 팔고 밥이 될 음식도 여럿 파는 곳이다.




쉬면서 호가든도 마시고(생맥은 아니고 그냥 병맥을 따라준 것이다) 간장 국수(?!)를 먹었다. 맥주를 주문하니 굉장히 수상한 얼굴로 보다가 여권검사를 한다. 물론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보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계속 맥주를 마시면서 흥미로웠던 게 하나 있는데,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여권 검사를 하지 않았고, 모스크바에서는 맥주를 시킬 때마다 거의 모든 곳에서 여권 검사를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먹고 러시아 현대사 박물관에 왔다. 내가 알기로는 이 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정치사 박물관(저번에 갔던)보다 20세기 러시아의 정치사를 더 심도있게 다루는 곳이다.



내부가 보수공사중이었다. 2016년 9월에 전시를 보충해서 더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써 있다.


이 곳은 특이하게도 사진촬영료를 따로 받고 있었다. 사진촬영이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되는 건데 촬영료를 받는다는 발상은 왜 나온 거지. 한번 촬영료를 내 보았다(촬영료가 입장료와 맞먹는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오디오가이드는 현재 내부가 보수개조중이기 때문에 잠시 서비스가 안 되는 중이었다. 너무 아쉬웠다.




뭔가 내부가 엄청 간지인데... 자료도 많고. 이래서 촬영료를 따로 받는 건가!

20세기 소련 역사에 대한 전시이다.

그런데 이 박물관은 사실 좀 아쉬웠는데 공사 때문이다. 공사 때문에 개방되어 있는 전시가 전체의 일부 뿐이었고, 소련 초기 역사는 그대로 전시되어 있는데 후반부나 소련 해체 이후의 역사에 대한 전시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영어 오디오가이드가 없고 박물관에 영어 설명이 별로 없어서, 뭔가 시각적으로 엄청난 자료인 것 같긴 한데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렇게 전시가 일부만 되고 있으면 입장료도 좀 덜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언젠가 러시아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 박물관을 다시 한번 와 보고 싶다. 2016년 9월에 재개장한다고 하는데 내가 러시아를 다시 온다면 분명 그 이후일 테니까...




박물관 안뜰이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놀고 있었다. 밥그릇도 근처에 놓여있는 걸로 봐선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 같았다. ~지친 여행자가 고양이를 보며 쉬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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