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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초이의 변화Перемен가 구소련권 저항 송가가 된 과정을 되짚는 글. 80년대 말 발표된 '변화' (다른 제목으로는 '우리는 변화를 기다린다Мы ждем перемен' 는 초이의 곡 중 정치의식이 굉장히 뚜렷한 편이다. 구소련 여러 국가에서 여러 맥락의 집회에 단골 등장.




"우리의 눈동자가 항상 지혜에 가득 차 있다고 할 수는 없고

우리의 손이 항상 숙련된 것도 아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데엔 그런 것은 필요하지 않다"

"손에는 담배를, 식탁에는 차를

그렇게 처음은 끝이 되는 것이고

우리는 갑자기 변화를 두려워하게 된다"

"변화를! 우리의 가슴은 요구한다"



변화를 열망하는 충분히 정치적인 곡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복잡한 생각을 잘 포착한,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곡의 그 강렬한 리프와 사람을 들끓게 하는 빠른 리듬 뿐 아니라, 가사도 뇌리에 남는 곡이다.


'변화'의 가사는 강한 정치적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비유적이고, 생전 초이는 곡이 정파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사실 초이의 가사, 뿐만 아니라 그가 그린 그림을 보면 넓은 의미에서 초이가 정치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것은 맞아 보인다. 절대로 무관심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특정한 정파를 그가 드러내놓고 지지한 것은 아니었고, 당시 초이가 열망하던 '변화'는 특정 정파뿐 아니라 소련 사회 전체가 생각하던 일이었다. 지금 2010년대의 러시아 포함 구소련 지역에서는, 오히려 초이의 그런 '명확하지만 모호한' 정치성 때문에 다양한, 심지어 서로 상충하는 정치 활동에서 모두 이 곡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역시 '변화'를 가장 자주 부르는 정치세력은 페레스트로이카의 후예인 러시아 리버럴들. 넴초프 운동단체의 공식 지정가가 되기도 했고, 최근 반부패 시위 등 반정부 집회에서 자주 불림. 영상은 11년 모스크바 볼로트나야 광장에서 열린 부정선거 비판 시위.






우크라이나: 

14년 유로마이단의 반러-친서방 시위대가 '변화'를 부름. 

이 영상 러시아어 베댓 "유로마이단! 초이에게서 손 떼!" 

초이는 러시아인이었지만 동시에 소련인이었고, 이 모든 갈등 시작 전의 사람. 반러시아 정서에도 불구하고 초이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벨라루스:

11년 반정부 침묵시위에 등장. 시위자들은 말 대신 차 경적, 손뼉 등의 소리로 불만을 표시했는데 거리에서 핸드폰 등으로 '변화'를 틀기도. 벨라루스 정부는 잠시 이 곡을 방송 금지곡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영상은 찾지 못해서 기사로 대신.

https://www.rferl.org/a/belarus_bans_revolutionary_rock_songs/24270086.html



가사 자체에는 정파성이 없기 때문에 친정부 관제 집회에서 이 곡이 등장하는 일도 있음. 영상의 가수(원로 록 뮤지션) 2명은 모두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적극 지지하는 친정부 성향이다.



이 동영상에 대한 반응을 보면 80% 가까이가 '싫어요'이다.

그리고 베댓

"크렘린은 우리에게서 모든 걸 훔쳐가더니 이제 노래까지 빼앗아 간다. 히틀러와 괴벨스가 유대인 민요 '하바 나길라'를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초이가 미국 CIA의 스파이라 모함할 땐 언제고 왜 갑자기?"

"비챠(빅토르)가 관에서 일어나겠다"


친정부 관제행사에서 초이의 곡이 불리는 것을 다들 싫어하는 것이다. 러시아/구소련에서의 [변화]의 위상을 잘 알 수 있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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