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열리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주목할 것은 취임식에 대중가요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몇 년 전의 해바라기 운동을 상징하는 락음악이 불리기도 했고, 사회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대중음악인들이 다수 취임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동영상에서 총통 오른쪽에 서 있는 두 명도 저항가요로 유명한 음악인들이다. 정권교체로 젊은 세대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차이잉원이기에 이런 시도를 했을 것이다.
이 곡 <메이리다오(美麗島)>는 70년대에 쓰인 시에 70년대 포크 가수 리솽저(李雙澤)가 곡을 붙여 만들어진 곡이다. 가수 본인은 곡을 녹음하기도 전에 사고로 갑자기 요절해 버렸지만, 사후 동료 가수들의 녹음과 사람들의 입을 통해 널리 불리게 되었다. <아침이슬>처럼 이 곡도 처음에는 운동가요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만의 민주화/민족화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오게 되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오히려 내 세대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곡은 아니지만, 그 윗 세대(특히 민주화에 관심을 가져온 이들)에게 널리 불려온 곡이다. 가사는 대만 땅에 대한 애착과, '대만 민족'의 계보 그리기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뜨겁게 계속되고 있는 대만의 가장 큰 이슈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며, 몇 년 전의 인터뷰에선 "내가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 노래를 국가로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중화민국의 국가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가 현재 많이 나오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아무튼 취임식에서 이 노래를 그것도 '합창'으로 부르게 된 데는 총통의 개인적 취향도 반영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석사논문 분야가 한국과 대만의 1970년대 포크 계열 가요인데 공부의 일환으로 알게 된 노래가 이렇게 새로운 역사적인 맥락을 얻는 걸 보니 굉장히 흥미롭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침이슬>, <상록수> 등 포크 저항가요를 즐겨 불렀던 것이 생각나기도 하고. <메이리다오>가 대만의 새로운 국가가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곡 자체도 선율이 밝고 아름다워서 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하기에 적합한 곡이기도 하다.
리솽저의 친구들인 양주쥔(楊祖珺)과 후더푸/아라-킴보(胡德夫)가 녹음한 1977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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