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원래 모네토치카의 팬이었어서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었고, 모네토치카의 월드 투어에 '서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약 반년 전부터 콘서트 일정이 잡히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 관중이 얼마나 오려나 싶었는데 놀랄 정도로 많았다. 절대다수는 20~40대의 러시아어 사용자들이었다. 실물 티켓에서도 '한국인'은 따로 분류가 되어 있을 만큼 소수였고 한국어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다 어떻게 이 공연을 알고 온 걸까?
지난 1월에 갔던 벨라리 멜라드제 한국 공연의 관중들과 다르게, 록이나 인디음악을 들을 것 같은 느낌의 구소련권 청년들이 잔뜩...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한국에 이렇게 많단 말인가?
- 공연도 '안녕하세요' 인삿말 한 마디를 빼고는 전체가 러시아어로 진행되었고 당연히 한두 단어 외에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중간에 멘트를 많이 했는데 내가 러시아어를 못하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 두시간 정도의 공연에서 곡의 수로는 거의 30곡 가까이를 불렀다. 히트곡이 아닌 곡들은 묶어서 '메들리'처럼 1절씩만 부르기도 했다. 멀리서 만나는 팬들을 위한 배려인가...
- 공연은 정말 대단했다. 모네토치카는 천재적인 싱어송라이터일 뿐 아니라 화려한 공연자이자 가수였다. 사운드도, 조금 심심한 2, 3집 정규 앨범보다 라이브 음원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함께한 세션 멤버들도 다들 공연을 앨범 음원보다 훨씬 즐거운 무대로 만들어주었다.
코러스 멤버 두 분도 비슬라브인 여성들로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코러스에 더해 건반, Jaw's harp 등을 연주하기도 했다), 공연에 같이 갔던 친구 말로는 원래는 마니자(Manizha)의 코러스로도 계셨던 분들이라고 한다.
- 공연 전체에서 아마도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내가 원래 좋아했던 곡 Русский ковчег ('러시아라는 방주')이었다. 이 곡은 원래 러시아의 현대사에 대한 인상비평을 담고 있고, 곡 중간에는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로씨야!'를 연호하는 부분이 삽입되어 있다. 그런데 공연에서는 그 함성을 빼고 그 부분에서 모네토치카 본인이 "Нет войне!" (No war!, 상징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슬로건)라는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순간 관중들의 공기가 무거워지는 게 내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적지 않은 관객들이 모네토치카와 함께 "Нет войне"를 연호하기도 했다.
모네토치카는 우크라이나전 반대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힌 직후 러시아를 떠났고, 현재는 가족과 함께 리투아니아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러시아 국내가 아니라 이 먼 곳까지 와서 공연을 하는 것도, 모국에서는 더 이상 공개적으로 음악활동을 하기 어려워서일 것 같다. 러시아라는 배는 이런 창의적인 뮤지션과 그 똑똑한 팬들을 내치고 이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란다.
- 세션 멤버 중 화면의 모네토치카 왼쪽의 기타 연주자는 모네토치카의 음악활동 전반에 있어 함께 작업하는 비챠 이사예프(Vitya Isaev)인데, 남편이다. 현재 둘 사이에 어린아이도 둘 있다. 처음부터 남편으로서 곡 작업에 참여했던 건 아니고 이사예프가 모네토치카의 프로듀서 겸 공동 작곡가로 참여하던 사이에 가까워졌던 것 같다.
이렇게 가족끼리, 연인끼리 함께 작업을 하면 업무관계로만 만나는 것보다는 서로 정보 교환이나 의견 교류를 하기도 쉬워지고 작업에 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단상은 이만 끝! 정말 감명깊고 훌륭한 공연이었다. 이런 공연을 서울에서 볼 수 있다니 너무나 다행이었다.
-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곡마다 조금씩 녹화를 했다. 전체 공연 셋리스트 및 곡별 영상은 아래 플레이리스트에서 볼 수 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bWEDPjPyRLw_7Wdu0bLX9aB7mLqaAcsL&si=DSt9DSuwOkdI9J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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