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전광장에서 지난 7월 30일 열린 러시아 '해군의 날(День ВМФ)' 기념식.
여러 가수들이 나와 러시아 대중에게 친숙한 민요와 가요 등을 부르는 시간이었는데
그 중 빅토르 초이(키노)의 대표곡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Звезда по имени Солнце)>도 있었다.
아카펠라 보컬 그룹이 편곡한 버전으로, 가수들이 굉장히 밝은 표정으로 불러서 좀 어색...
무대 옆 화면을 보면 초이의 모습과 "(초이는) 살아 있다!" 문구가 보인다.
초이가 쓴 가사에도 '전쟁'이란 개념이 추상화되어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특정 정파적이거나 소련 국가주의적인 가사를 쓰지는 않았지만, 화자를 병사에 비유하거나, 삶을 전쟁에 비유하는 등의 '전장에서의 비유'가 많다.
그런 점이 러시아 대중이 초이를 '영웅화'하는 데도 기여하고 이런 전쟁 기념식에 초이 노래가 불려지게 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원곡의 가사를 보면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연민을 읽을 수 있는데, 관제 군사 기념식에서 이런 곡을 부르는 건 또 아이러니하지 않은지..
'해군의 날' 기념식 영상: https://youtu.be/at7KZm_0GXk
(이 곡이 등장하는 부분은 23분 쯤)
"그리고 2000년 동안 전쟁이 있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전쟁
전쟁은 젊은이들의 일이다.
전쟁은 주름살을 예방하는 약이다.
붉고 붉은 피는 -
한시간 후엔 바로 한낱 땅이 되고
두시간 후엔 그 위에 꽃들과 풀이 자라게 될것이며
세시간 후에 그 땅은 다시 살아나
별빛 아래서 데워지네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빛에"
-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Звезда по имени Солнц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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