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에서 7월 6일까지는 홍콩에 있었다.

방학이 되면 대만이 아닌 다른 어느 곳으로 가보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는데, 굳이 홍콩이 된 이유는 랜덤한 가운데서도 중화권 탐방이라는 테마라도 잡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랜덤한 기분으로 도착했지만, 직접 가 보니 돌아다니면서 대만과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대만에 돌아와 있는 지금도 그렇지만 사실 기숙사와 학교 주변은 너무나 적응이 돼서 '여행지'라는 기분도 거의 안 느껴지는데, 그래도 어떻게 보면 긴 여행 도중의 짧은 여행을 또 떠난 셈이다.

중국 본토는 혼자 다니기에 난이도가 높다는 인상이 있었고, 비자가 필요해서 탈락.

필리핀을 고민하다가 말았는데, 왜냐하면 두 달 쯤 전에 대만과 필리핀 양국간의 감정이 상당히 나빴던 시기가 있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항공편이 믿을 수 없이 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뜬금없어서 결국 탈락. 친구 한 명은 진짜 이 이유 때문에 필리핀에 갔다.




이런 걸 먹으면서 타오위엔 국제공항에 갔다. 대만에서 그 많이 파는 객가(하카)풍 음식을 이 때 처음 먹어봤다.





타오위엔 국제공항은 인천공항이나 홍콩 첵랍콕 공항에 비하면 노후한 느낌이 있는데 (이용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알고 보니 1979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지어진 연도를 생각하면 깔끔하다.


대만에서 홍콩까지는 1시간 반. 그러나 가는 비행기가 2시간 정도 연착하는 바람에

몸이 뒤틀려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대만 텔레비전의 홈쇼핑 믹서기 광고를 보고 혼자 감탄했다. 도대체 저 정신없는 가공할 믹서기 광고는 어디서 누가 만든 건지.... 신기하게도 대만 버전과 한국 버전이 언어만 다를 뿐 모든 게 완전 똑같다.




그 전날 잠을 설쳐서인지 왜인지 기내에선 정말 정신을 못 차리고 잤다.

그리고 내려서도 커피를 마셔가며 정말 힘들게 정신을 차렸다.. 홍콩에서 처음 소비한 것도 마지막으로 소비한 것도 스타벅스 Coffee of the day였다. 홍콩에서는 블랙커피를 파는 곳이 많지 않았고 커피 테이크아웃 전문점도 드문 느낌이어서 결과적으로 스타벅스를 매일같이 찾았었다.



커피빨에 겨우 잠기운을 쫓고 어떻게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서 자리에 앉자마자 또 한참 잤다.

그리고 30분쯤 지나서였는지 눈을 떴고, 눈 앞에 펼쳐진 홍콩 시내를 보곤 잠기운이 싹 달아났다.

버스 2층의 맨 앞자리에 앉아 홍콩 시내를 보는데 비현실적인 야경이 펼쳐졌고 내가 지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속에 있는 건지 현실의 도시 속에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었다.

여행 내내 홍콩의 고층빌딩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건물이 기본적으로 정말 높고 거기다 젓가락처럼 가늘다. 그런 건물이 끝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시내를 뒤덮고 있다. 빌딩들이 줄을 서서 사람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든다. 시내로 들어가는데 하늘은 새까맣고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게 그런 마천루의 행렬이다. 높은 건물에 비해 거리는 대부분 정말 좁다.






사진을 찍긴 했는데 카메라도 자다 깼는지..... 포트리스 힐(炮台山)에 숙소가 있었다.



홍콩의 인구밀도가 높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홍콩의 고층빌딩에 놀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호주 사람도 캐나다 사람도 아닌 남한 사람이니까.... 서울이든 타이페이든 인구밀도가 높기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곳들이고, 그런 만큼 홍콩에 가면서 고층 건물과 인구밀도에 놀랄 줄은 몰랐다. 관악구 드림타운 우성아파트-_-를 보면서 빌딩의 숲에 질렸다는 생각은 이미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홍콩의 마천루는 아예 기본 생김새가 한국의 아파트와 다르다. 높고 위태롭다. 그리고 이 도시의 거의 모든 건물이 다 그런 마천루다. 

내가 관악구 드림타운 우성아파트가 넉넉하다는 기분을 느낄 줄이야....

'압도되다'라는 단어가 중국어로 무엇일지 궁금해하면서 숙소에 도착했다.

내가 대만에서 만났던 홍콩 친구는 "타이페이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빈 공간이 있지. 하지만 홍콩은 그렇지 않아. 홍콩이 훨씬 더 '도시'야"라고 말했는데 정말 이곳은 도시 중의 도시였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찾지 못해서 상당히 기가 꺾이고 말았는데, 도대체 어디 둔 건지 끝까지 찾지 못해서 결국 임시로 단수여권을 새로 발급받아서 대만에 돌아오게 되었다.

게다가 이 때 나한테는 골치아픈 일이 하나 있었다.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고 우울했다. 다행히 나중에 그냥 오해였을 뿐이라는 게 밝혀졌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아무튼 그때는 심각했던 것이다..

숙소에 도착한 게 열 시 정도였는데, 여권을 잊어버린 게 결정적 타격이 되어 모든 기력을 상실했고, 들어오자마자 그 다음날 아침까지 잤다. 사실 타이페이에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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