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고려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줄은 알았지만 광주광역시에 고려인 정착촌이 있다는 것을 몰랐었는데, 이번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행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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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을 한가롭게  '관광'하는 것이 너무 민망한 일인가 싶기도 했는데, 고려인마을 쪽에서 아예 인터넷에 '고려인마을 관광 지도'라는 것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담을 덜고 그냥 가볍게 들렀다.

이게 인터넷에 배포된 '관광지도'인데, 실제 동네의 모습과 지도의 모양이 좀 안 맞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가는 작고 복잡한 동네라 길을 제대로 못 찾은 것일까?



광주 시내가 아니라 시 중심에서 좀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듯 했다.



3천여 명이 거주하는 것에 비해서는 꽤 조용한 동네였다.

역사가 오래 된 것도 아니고, 고국이라고는 하지만 낯선 땅에 이민자로 정착한 사람들이 문화, 사업 기반을 화려하게 꾸려 갈 여력은 많지 않겠지...

하지만 최근 계속 가게도 생기고, 박물관도 생기고,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당신의 조국은 어디입니까? 버리면 환영받을 수 없습니다."

이민자들이 똑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쫓아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지는 위협적인 안내문...

동네 길거리에 쓰레기가 좀 많기는 했지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말을 꼭 저렇게 해야 했을까?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길가가 쓰레기로 지저분한 것은 이 곳만 유달리 그런 것도 아니었고, 충장로 같은 도심이 훨씬 심했는데...




안산 고려인 정착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이 곳에는 러시아 고려인들보다는 중앙아시아 고려인 또는 여타 민족의 중앙아시아인들이 대다수인 것 같았다.

슬라브인은 돌아다니면서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식당도 대부분 우즈벡, 투르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식당이었다.




이곳의 우즈벡 식당 및 카페, 베이커리인 "고려인마을가족카페"에 가 보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어중간한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동네 주민들이 간간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좁은 이주민 정착촌답게 다들 서로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한국 국수 요리의 고려인 버전인 '국시(Кукси)'를 먹어 보았는데... 시원한 잔치국수가 한국에는 없는 재료와 섞인 느낌... 맛있었다!



(이곳의 재소고려인 역사 연표에도 역시나 이름을 올린 빅토르 최...)


'고려인역사박물관'이라는 곳이 있길래 들러 보았다.

박물관이라고 할 규모는 아니고 가정집 1층을 개조한 아주 작은 기념관인데,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고려인들의 과거를 나름대로 정리한 연표와 사진이 있었다.

안에는 [고려 아리랑] 노래를 작사한 김병학 선생과 기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고려극장의 과거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9월 17일(2주 후)에 안산에서 또 강제이주 80주년 기념 큰 행사가 있으니 오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관련 기사: [김병학 시인, ‘고려아리랑’ 작사해 주목 받아]




마을 앞 채소가게에서는 여러 한국 야채와 더불어 딜(우크롭)을 팔고 있었다.

딜은 한국의 마늘이나 파, 대만의 샹차이처럼 온갖 음식(특히 국물, 고기요리)에 들어가는 향신료이다.

저렇게 야채 실물(?)을 보는 것이 처음이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샀다. 냄새를 맡아 보니 러시아 식당에 들어서면 나는 정체모를 바로 그 냄새가 났다...... 나는 요리를 못 하지만, 만약 한다면 한국식 고기국에 넣어 보고 싶다.



개관한 지 얼마 안 되는 박물관도 여러 기획을 점차 하고 있고, 동네에 식당도 늘고 있다고 하던데, 앞으로도 고려인마을과 정착민들의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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