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권 음악

何韻詩(HOCC), 또다른 팝스타 모델

Kodon 2013. 11. 13. 03:35


何韻詩(하운시라고 읽으면 될지)는 홍콩의 팝스타로서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부터 가수 생활을 해왔다.

영어로는 왠지 모르겠지만 HOCC라고 표기하고, Denise Ho라는 영어식 이름도 있다.

주로 광동어로 노래하고, 중국어 앨범을 내기도 한다.


원래도 메이저 팝스타로서는 눈에 띄는 차림을 했던 하운시에게는 항상 성정체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있었고,

마침내(!) 2012년에 홍콩 퀴어퍼레이드에 게스트로 초청받아 무대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순식간에 중화권 LGBT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퀴어퍼레이드를 열심히 홍보하기도 하고, 이런 주제로 노래를 쓰는 등, '활동'이라 해도 좋을 만한 것들도 많이 하고 있다. 

음악적으로는 저음의 목소리로 발라드 혹은 팝, 록 등등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느린 템포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 이런 음악적 성향은 물론 커밍아웃 후에도 변하지 않는데, 다만 소재를 좀더 적극적으로 퀴어 쪽에서 끌어오게 된 것 같다.


이 사람이 최근에 한 활동 중에 눈에 띄는 것은 [賈寶玉]라는 음악극의 주연을 맡은 일이다. 賈寶玉은 원래 소설 홍루몽의 주인공이다. (당연하게도? 원래는 남자 주인공이다.) 이 인물을 모티프로, 현대를 배경으로 한 극이 만들어졌고 그 주연을 하운시가 맡은 것. 중화권에서 이 연극은 호평을 얻었고 공연도 상당히 많이 했다고 하는데, 나도 타이페이에서 예전에 이 연극 포스터를 봤었다. 그리고 음악극인 만큼 음악도 본인이 맡아 불렀다.




[賈寶玉]의 트레일러.









주제곡인 [癡情司(열병)]은 비디오가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두번째 버전도 나쁠 것이 하나도 없지만 첫번째 버전이 몇 배나 조회수가 높은데...... 그 이유는 섬네일컷에서만 봐도 알 수 있는 L커플의 압도적인 존재감 때문이다. 머리가 짧은 쪽은 물론 가수 본인이고, 긴 쪽은 대만의 배우 舒淇라고 한다.



10월 말에 있었던 이번 대만 퀴어퍼레이드에 와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나도 이때 퍼레이드를 보러 갔지만 보지는 못했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아래는 공연 장면이라고. 부르고 있는 노래의 가사 자체도 서로 연애하는 두 남자에 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목을 저렇게 붙인 건 물론, 하운시가 정말 몇 되지 않을 부치 팝스타(...)로서의 길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치라는 은어를 좀더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 말하고 싶지만 잘 생각이 안 난다. dyke? 1977년생이니 '톰보이'라고 하기에는 소년기(?)는 지났다. 동성애자임을 밝혀 온 여성 가수들이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레즈비언 정체성과 팝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다. 예를 들면 게이들에게는 마돈나와 레이디 가가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있다거나 하는 그런 연결고리가.

오히려 이 사람은 커밍아웃을 하면서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히고 노래를 할 때도 이전보다 거리낌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더 잘 하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미 십년이 넘게 활동해 온 사람답게 기본적으로 어떤 주제로 노래를 해도 노련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