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 공연 [나는 고려인이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지난 토요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 행사 일환으로 전개된 [나는 고려인이다] 공연.
1937년 연해주부터 2017년 광주까지 고려인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의 대서사시로 강제이주 열차 위에 함께 탑승하여, 1930년 조명희, 1938년 강태수, 1958년 정추, 1980년 최빅토르, 그리고 2017년 고려인 마을의 김블라드미르 시인까지 그들 고려인의 역사를 고려예술인들의 시와 음악, 춤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공연 소개 홈페이지: 링크
고려인들과 한국인 학생들이 함께 그 유명한 [혈액형Группа Крови]을 부르는 것이 인상깊었지만...
윤도현 씨가 번안한 한국어 버전으로 부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국어로 부르는 거야 의의가 있지만, 이 번안 버전의 가사가 원곡에 비하면 정말 조악하고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Виктор Цой라는 사람의 한국어 표기 문제.
현재 한국에서는 민족주의적 시각('해외에서 성공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지양하기 위해 빅토르 최보다 빅토르 초이라고 부르는 분위기도 약간 있는데,
한편 고려인들은 한국어 표기를 할 때 빅토르 최, 심지어 최빅토르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본인도 사실 생전에 고려인 커뮤니티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빅토르 초이와 고려인 커뮤니티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조하시길)
다양한 표기방식이 다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카자흐스탄 고려인 여성들로 구성된 무지개중창단이 부르는 러시아 노래 [모스크바의 밤Подмосковные вечера]
아 이거 어디서 들어본 곡인데 도저히 기억이 안 난다. 혹시 곡명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 순서로는 공연자들이 다 같이 무대에 올라 [고려 아리랑]을 불렀다.
[고려 아리랑]은 원래 있던 민요가 아니라 굉장히 최근에 작곡된 곡인데, 선율 자체도 의도적으로 한국 전통 민요보다는 중앙아시아 고려인이 익숙할 만한 선율을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의의 있는 공연이었지만 사실 전체적으로 아주 완벽하진 않았는데, 공연에서 고려인들의 서사가 너무 단편적으로 전달된 것 같았고, 공연 곡명도 가르쳐 주지 않는 등 짜임새가 약간 미비한 측면이 있었다. 1시간 반 동안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원래 이런 것일지, 아니면 좀 더 정교해질 수 있었을지...
고려인들의 서사에서 항일 독립운동이 엄청나게 강조되었는데,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한국 사회에 동화되고 싶은 '약자' 고려인들의 처지가 반영된 것일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좀 들었고... 항일 독립운동은 그 자체로 평가 및 존경받을 일이지만, 사실 모든 고려인들이 항일운동을 하러 연해주에 간 것은 아니었고 모두가 그래야 했을 필요는 없는데,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항일운동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지...